못된 고양이

구름이에게 아내가 상처를 입은 날

by sekikumo

고양이를 키우는 일이 쉽지만은 않다. 세상에 어려운 일이 얼마나 많은데 그런 소리를 하냐고 한다면, 할 말이 없다. 그렇지만 오늘은 조금 힘들다고 느껴진다.


오늘 사고가 있었다. 구름 이가 아내의 무릎에 올라오기 위해 점프를 하다가, 떨어질 뻔해서 발톱을 세워버렸다.

발톱에 닿은 아내 팔뚝에는 선명한 상처 세 줄이 그어졌다. 그 모습을 보고 머리 꼭대기까지 화가 난 나는 구름이를 낚아채고 소리를 질렀다. 겁을 먹은 구름이는 끝방으로 도망가고, 성질이 제대로 난 나는 쫓아가서 소리를 질렀다.

옆에서 와이프는 본인이 상처를 입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를 말리기 바빴다. 하여간 엉망진창의 하루였다.


솔직히 내가 너무 과민반응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하지만, 억울한 지점도 분명히 있다. 아주 점잖게 여러 번 식탁 위를 못 올라오도록 내려놓는 것을 반복하던 상황이었고, 그러다가 기어코 올라오겠다고 용을 쓰다가 이 사달이 났기 때문이다.


구름이는 자신이 왜 혼났는지도 전혀 모를 것이다.

화가 난 나는 방에 들어가 잠을 청했다. 이후에 구름이도 내 베개 옆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하여간 얘는 도대체 어떤 생명체인 걸까.


아내의 팔뚝에 최대한 자주 약을 발라주면서 마음 아파하고 있다.

흉이 안 졌으면 좋겠다. 다행히 그렇게 큰 상처는 아닌 것 같다.

아무것도 모르는 아기 고양이가 저지른 일이라고 화가 안 나는 것은 아니다.

악의 없는 행동들이 상처를 주기도 한다.

그 상처에 일희일비할 필요 없다고 머리로는 알지만, 실천이 쉽지 않다.


이 착잡한 마음을 오늘은 좀 한심하게 술로 한 번 달래 볼까.

근처에 회를 싸게 파는 동네마트가 있는데 거기서 소주 한 병이랑 회나 사 와야겠다.

못난 놈. 귀여운 놈.




작가의 이전글따뜻한 밤, 평화로운 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