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개월째 짐만 생각 중
2024년 하반기. 귀임을 한다 안 한다 앞으로 계획을 어떻게 세워야 할까 고민하다가 12월즘 이제 진짜 한국으로 돌아간다가 결정된 후, 1월 31일에 컨테이너이사, 일주일 후 한국 귀국, 한 달간 단기 월세 살이, 내 집에 짐 없이 일주일 지내기, 컨테이너 이삿짐 받고 짐 정리 등으로 4개월 이상은 짐과 이동으로 지냈던 시간이었다.
노트북 켤 시간이 없을 정도로 정신이 없고 바빴다.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갈 때도 아마 매일 너무 힘들고 바빴던 거 같지만 그때는 아이들이 기관에 다니고 있었고 부모님이 3분 거리에 살고 계셔서 여러모로 의지를 많이 했다. 하나 더 붙여보자면 30대 초중반에 준비하던 에너지와 곧 40인 나의 에너지는 달라서 지금이 더 힘든 걸까 싶기도 하다. 아무튼 국내이사가 아니라 해외 이사는 쉽지 않다.
무엇을 가지고 가야 해.. 무엇을 남겨야 해..?
남편은 인도네시아에서 이사를 마치면 비행기를 타고 먼저 한국으로 귀국을 하고, 나는 아이들과 인도네시아에 남아 일주일을 빈집에서 머물기로 했다. 한국에 머물 곳이 없기도 했고 가족들에게 신세를 지는 건 더 이상 하고 싶지 않았다. 나는 짐을 이렇게 분류하고 준비해야 했다.
1. 남편이 가지고 갈짐
2. 내가 일주일간 빈집에서 아이들과 지내며 필요한 짐.
3. 한국에서 단기월세로 컨테이너 짐을 받기 전까지 필요한 짐.
4. 컨테이너로 보낼 짐.
이 정도가 필요하겠다 싶은 짐들을 가방을 펼쳐두고 이렇게 저렇게 짐을 넣는데 무엇을 남기고 무엇을 가져가야 할지 현명한 판단을 하기가 어려웠다. 시간이 지나고 보니 완벽한 이사는 없다는 것을 깨달았고 있으면 있는 데로 없으면 없는 데로 사는 것이었다. 나는 물건이 있는데 허튼 돈을 낭비하고 싶지 않은 마음에 더 짐을 잘 싸고 싶었던 것 같다.
그렇게 짐 싸는 것으로 나는 12월부터 컨테이너 이사를 받은 이후로도 내 머릿속은 '짐.. 짐. 짐정리' 짐으로 떠나지 않았다. 하루는 화장실에 앉아 볼일을 보다가 현타가 오면서
'내가 몇 개월째 짐만 생각하고 있네'
그래도 인도네시아에서 다른 국가가 아니라 한국이어서 다행이라면 다행이라 여기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