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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국 일주일 전

매일이 눈물이야.

by Kifeel co

컨테이너 이삿짐을 보내고 텅 빈 집을 보니 실감이 난다. 이사를 다 하고 그다음 날 가정부까지 내 보내니 정말 나 한국으로 돌아가는구나 실감이 났다. 이사를 하기 전까지는 남편회사에서 갑자기 일정을 변경한다던지 뭔가 변화가 있을 것 같아서 간다 해도 정말 짐을 싸기 전까지는 가는 것 같지 않았다.


이사하기 전에 필요 없는 짐은 빨리 처분(중고거래 등으로) 하고 싶었는데, 가전은 내놓기가 무섭게 나가는 한편 가구는 아무리 헐값을 해도 나가지 않았다. 그리고 주재원이 워낙 많아진 이 시점에는 중고책도 잘 안 나가더라. 3-4백만 원 가까지 주고 한국에서 사 온 가죽소파는 8만 원에 거래했고 70만원 주고 맞춘 아일랜드 우드 테이블은 무료 나눔을, 끝까지 팔리지 않던 이케아 식탁은 그냥 부동산 중개인에게 알아서 처리해 달라고 부탁해야 했다.



KakaoTalk_20250319_112138131.jpg 집주인 짐과 한국으로 가지고 가지 않을 짐들 몇개만 남긴 텅빈거실
KakaoTalk_20250319_112138131_01.jpg 둘이 붙어앉아서 딸기 먹는 둥이들

그래도 빈집에서 머무는 동안 집밥을 조금이라도 해 먹지 않을까? 하고 조금 남긴 살림살이는 크게 사용하지 않았다. 가기 전에 이런저런 약속들이 계속 있었고 아이들도 친구집으로 슬립오버를 하러 갔다. 한국을 가기 전에 이런저런 생각들과 한국에서 인도네시아 올 때도 '짐'때문에 스트레스였는데 역시나 한국으로 돌아갈 때도 이 짐 문제다.


매일 보던 아파트의 풍경이 매일 내 기분이 담뿍 담겨서 평소보다 더 아름답고 예뻐 보인다. 문 열어주고 지나다닐 때마다 시간에 맞는 인사를 해주는 세큐리티도 더 고맙게 느껴진다. 모든 것이 일상이었다가 이 모든 것들이 앞으로는 다시없을 시간들이라고 생각하니 1분 1초가 소중했다.


KakaoTalk_20250319_112209132.jpg 아이들이 나보다 더 슬펐을지도 모른다. 잘때도 울고 비행기 이륙하던 때도 울던 아이들..


그리고 아이들 친구들을 만나고 헤어질 때마다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 진심으로 울다 보니 그것을 보는 어른들도 눈물이 났다. 차에서도 떠나는 것을 생각하면 그렇게 눈물이 나더라. 무엇이 아쉬워서 그렇게 눈물이 흘렀냐고 물어본다면 아쉬움도 아쉬움이지만 이 모든 것들이 '다시없을 순간' 들이라고 여겨져서 일 것 같다.


마지막날, 공항 가는 날을 외면하고 싶었다. 지인들과 헤어질 생각을 하니 눈물이 줄줄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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