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재원 살이 4년 후 귀임.
인도네시아에서 잘 지내다가 한국으로 온 지 3개월이 되어간다. 2월에는 단기월세 집에 살면서 추운 겨울 날씨에 적응하며 반셀프 인테리어 준비를 하며 보냈고, 3월에는 컨테이너 이삿짐이 들어와서 짐정리와 아이들 학교 적응하다 보니 3월이 훌쩍 지났다. 4년 만에 보는 예쁜 벚꽃을 구경하며 보내다 보니 벌써 5월이 코앞에 다가와 있다. 한국집에 앉아서 생각해 보면 인도네시아에서 지내던 그 시간들이 꼭 꿈같이 느껴진다.
개인차와 기사가 아니면 도보로 10분 거리의 식당도 가기 어려웠던 인도네시아에서 걸어서 집 앞 마트를 편히 다닐 수 있는 한국으로 왔다. 이제 기사가 없이도, 택시가 아니어도 버스와 지하철로 어디든 갈 수 있고 걸어서 집 앞 마트에 갈 수 있는 게 정말 좋다. 차 없이 3개월째 지내고 있는데 큰 불편함 없이 잘 지내고 있다. 가다가 따릉이가 보이면 자전거를 빌려서 타기도 한다.
외출하고 돌아오면 언제나 호텔처럼 집이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던 인도네시아 아파트. 밥 먹고 나면 알아서 다 정리돼 있고 설거지도 다 돼있고 청소며 가사에 큰 신경을 쓰지 않으며 살다가 한국에 오니 부엌에서 무언가 가 하는 게 그렇게 허리, 다리가 아팠다. 인도네시아 가기 전에는 주방에서 정말 뚝딱뚝딱 잘 해내던 나였는데 4년 만에 부엌이 온전히 내 차지가 되었는데 경력직이었던 것이 무색하게 어영부영하던 내 모습에 놀랐다.
인도네시아에서 요리는 내가 했지만 재료손질을 모두 다 해주던 가정부의 손길과 빈자리가 너무 크게 느껴졌다. 다된 빨래를 건조기에 넣고 건조기 빨래를 꺼내면서 속 깊은 곳에서 육성으로
"이부!!! 이부!!! ( 인도네시아에서 가정부를 부를 때 )"
라고 외쳤다. 3개월이 지난 지금, 아이들도 정리된 빨래를 본인 방에 가지고 갈 때 작은 소리로 말하곤 한다
"아 인도네시아에 있을 땐 이부가 다 해줬는데"
그곳에 있을 때 학교는 어떻다 무엇이 불만이네 하면서 엄마들과 이야기하던 시간들이 있었다. 인도네시아에서 살며 불평불만들 털던시간들. 다시 인도네시아 가서 살래? 하면 잠시 갸우뚱 하긴 할 테지만 (그곳의 위생, 물, 공기, 걷기 힘든 길들) 그래도 이렇게 다른 나라에 가서 살아보고 우리나라의 귀함도 알고 내 인생 경험의 폭이 넓어졌다고 생각하니 다 감사한 순간과 시간들이었다. 그 불평을 해 볼 수 있던 경험과 기회가 있다는 것만으로도 뒤돌아 생각해 보니 그것도 호사였다!
주재원의 삶에 만족하는 사람도 있을 테고, 빨리 한국으로 돌아오고 싶은 사람도 있을 테고 현재 거주하고 있는 국가에 대해 불평불만이 있는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기억하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