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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 고시, 7세 고시

뛰어놀아도 부족할 그 나이에 어쩌다 고시를 치르게 되었을까.

by Kifeel co

친정엄마가 교육을 위해서 목동으로 이사를 하셨는지 어쨌는지 몰라도, 나는 90년대 목동에서 초, 중, 고를 다녔다. 지금의 강남 다음으로 교육의 도시로 이끌게 해주는 교육의 부흥기에 있었던 거 같다. 내가 있던 그 시기에 동기, 선배, 후배 할 것 없이 대학도 잘 가고, 외고 과고가 일반고처럼 여겨질 정도로 그렇게 다 갔으니까.

나는 결혼하고 아이 낳고 기르며 우리 아이는 대학을 보내기 위해서 어떤 트랙을 만들어 줘야 할까에 대한 고민은 사실 지금 내 뇌에 3%가 들어가 있을까 말 까다. 그래도 공부 좀 시킨다는 목동에서 90년대 초중고를 다니며 현재 4세 7세 고시에 대한 작은 견해를 적어볼까 한다.


초등학교

초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매주 아이들에게 사자성어를 외우게 하고, 사자소학을 반 전체가 읊었다. 그리고 학교에서 아이들이 필수처럼 한자능력검정시험을 학교에서 했다. 엄마랑 나, 오빠는 옥편을 책상에 두고 한자 공부하는데 진짜 시간을 많이 썼다. 덕분에 초등학교 4,5 학년 때 한자능력검정시험 4급까지 받았다. 학교에서 하라는 것만 하는데도 시간이 꽉 찼던 거 같다. 그리고 동네에 가깝게 있는 아이스링크장에서 겨울방학에는 스피드스케이팅을 배우고, 여름에는 구민회관에서 하는 수영, 재즈댄스 등을 배우고 윤선생 영어를 했다. 영어를 읽는 훈련은 윤선생을 통해서 다졌고 동네에 처음으로 원어민 선생님이 운영하는 ECC어학원도 다니고, 시기는 언제였는지 모르지만 삼육어학원도 다녔다.

줄넘기 학원은 없었지만, 그냥 운동장에서 먼지 나게 애들이랑 줄넘기하고 전교생이 모여서 줄넘기 대회도 하고 하며 열심히 줄넘기도 하던 초등학교 시절이다. 생각하고 보면 나도 초등학교 때 크게 놀았던 기억이 없었던 거 같네. 초등학교 때 즐거운 추억을 꼽아보라고 하면 그을쎄...


중학교

전국에서 외고, 과고를 가장 많이 보낸 학교로 신문에 이름이 났을 때 이 학교에 있었다. 같은 반에 친구는(전교 1등. 과고 갔음 서울대 갔음. 지금 교수) 수학문제 풀 때 다음 문제가 보이고 답이 하늘에서 내려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리고 스승에 날에 정말 들기도 힘든 꽃바구니를 보내는 학부모도 있었다. 한 친구는 담배 피우다가 걸려서 부모님께서 보디가드를 붙여서 교문을 지키게 하고 그 보디가드가 아이를 교실에 잘 들어갔는지 확인까지 했다. 그때 나는 중학교에 있던 국제봉사단체에서 만난 선후배들이 현재는 전문직으로 많이 갔다. 나는 중학교 선배들하고는 지금도 연락을 하고 현재 남편도 중학교 때 선배가 소개해줬다. 외국에서 살다 온 친구들도 많아서 그 친구들은 대부분 외고와 특례로 알만한 대학교에 입학했고 유학도 많이 갔다. 중학교 때 친구들 중에 중학교 때 외국으로 유학 간 친구들이 정말 많아서 나도 부모님께 유학 보내달라고 그렇게 졸랐던 기억이 난다.


고등학교

그때 교장선생님이 너희가 공부를 열심히 해서 대학을 잘 가야 이 주변 아파트 값이 오른다고 열심히 하라던 훈화 말씀이 지금이 기억난다. 예체능 전문 고등학교가 아닌데, 스피드 스케이트 올림픽 매달리스트들이 다녔고 음악, 미술전공 하는 아이들 반도 따로 있었다. 과학반이 좋아서 고등학교 때 과학반 동아리에 들어갔고 고등학교에서 공부 좀 잘한다는 선배들이 과학반에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선배는 고등학교 때 전교 1등 하다가 서울대 물리과 가서 미국으로 석박사 하고 현재 미국에서 교수하고 있는 선배가 있다.


그래서 사회에 나와보니

그 당시 공부 잘했던 친구들 다 사회에서 각자의 자리에서 열심히 살고 있다. 그렇지만 내가 말하고 싶은 친구들은 바로 '내 뒤에서 공부 안 하고 놀고 자던 친구들'의 모습이다. 중학교, 고등학교 때 공부 안 하고 놀았던 친구들. 고등학교 때 콜라텍 가고 밤새 놀다가 학교 오고 서클렌즈 끼고 대학도 어디 갔는지 모르는 친구들이 지금 잘 살고 있다. 그렇게 놀고 연애도 마음껏 하더니 남편도 잘 만나서 결혼하더라. 전문대간 친구는 미술학원을 차리더니 잘 운영하고 명품을 살만큼 사서 써보고 놀만큼 놀아봤다며 결혼과 육아하며 잘 살고 있다. 다른 친구도 디자인과 기술로 잘하더니 현재는 외국남편과 결혼해서 잘 살고 있다. (요지 : 꼭 공부를 잘해야만 행복한 것도 아니고, 오히려 그렇게 잘 논 친구들이 사회경험도 많고 인생을 더 잘(?) 알기도 하더라)


대구에서 학군지가 아닌 고등학교를 나온 남편(대학은 스카이 중 한 곳 감)은 고등학교 때 친구들 중 대학은 그저 그런 곳 갔는데 자동차 정비로, 중고차 딜러 등으로 연봉은 대기업 다니는 남편의 월급을 뛰어넘는다고 했다. 나도 대학은 남편보다 수능등급으로 떨어지는 학교를 나왔지만 창의성, 기발함, 생활능력, 적응 능력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능력 비즈니스 능력은 남편보다 뛰어나다(남편이 인정). 한때 그리고 남편의 월급을 뛰어넘게 번 적도 있다. ( 요지: 돈은 학벌과 같이 가지 않더라 )


현재 4세, 7세 고시등을 보며 무엇을 위한 고시인가 갸우뚱하게 된다. 대학을 잘 보내기 위함인가, 그것을 할 수 있는 부모의 능력과 그렇지 않은 부모의 능력을 가리며 오로지 그들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가는 것인가 생각하게 된다. 사립학교만 있던 내 시절, 이제는 국제학교가 생기며 그들만의 캐슬을 더 높이 만들어나간다. 그리고 그것을 하지 못하는 부모들과의 더 커다란 갭을 만든다.

더 빠른 선행을 하도록 하는 이 사교육 시스템이 어느 순간 없어지길 바란다. 나는 그렇게 토플 하던 대학교 시절에는 이해가지 않던 토플지문이 오히려 나이 30대 후반 되어 읽으니 이해가 더 잘되고 학원 안 가도 문제가 풀리더라. 초등학교 때 그렇게 잘 틀리던 수학문제와 국어들이 아이 공부를 봐주며 보니까 더 다양한 시각으로 해석도 되고 아이에게 어떻게 전달해 줄까 내 아이 성향별로 설명을 해주게 된다. 나이 먹고 보는 지난 시절 교과서가 지금 보니 더 이해가 잘되고 이문제는 이런 거구나 보인다.

4세, 7세 아이들이 인생경험을 쌓기도 전에 그 나이에 중학교 수학을 하고 미국사람들도 잘 안 쓰는 영어단어를 외운 들 그것이 얼마나 아이들이 흡수하고 이해할지.

고시하고 나면 다 까먹는다는 그 영어, 수학.

4세 7세 아이들이 신나게 놀기도 하루하루가 아까운 그 시간. 아이들에게 아이다운 시간이 더 주어지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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