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푼 두 푼
퇴근 후 저녁식사를 마친 남편이 침대에 기대어 계속해서 핸드폰을 보고 있는 나를 보며
"뭘 그렇게 봐? 뭐라도 하는 거야?"
내가 저녁시간에 하는 건 쇼츠를 보거나 주식을 하는 것도 아니다. 주로 우리 가족이 먹을 식재료를 이곳에서 살까? 저곳에서 살까 고민들의 시간들이다. 쿠팡을 봤다가 오아시스를 보다가 마켓컬리를 보다가. 외식을 한 달에 한번 할까 말까 한 우리 가족인데 언제나 일주일 식비는 예산 초과다. 채식을 할 수도 없는 노릇이고 성장기 어린이들 단백질 챙겨주고 몇 가지 반찬 해주는데 왜 이렇게 매달 식비는 예산 초과일까?
신발 한 켤레를 사더라도 어느 사이트에서 할인행사는 하지는 며칠은 고민해 본다. 정말 이게 나한테 지금 필요한지, 내가 물건이 있는데 또 사지는 않는지, 집안 곳곳의 물건들을 머리로 생각하고 체크해 본다.
그렇게 조금이라도 싸게 사는 것
필요하지 않은 건 과감하게 구매하지 않은 것
물건을 잘 사기 위해 내가 노력한 시간들
그런 것으로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며 순간 짧은 만족을 얻는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절약들.
집에 가만히 내가 있는 것이 아끼는 것이라고 생각하며, 지인과의 약속을 한 달에 한두 번으로 제한을 두기도 해 본다. 사실 지금 내 주변 지인들 모두 초, 중의 자녀를 기르고 있기에 맞벌이를 해도 다들 본인을 위한 소비는 줄이는 상황이기는 하다.
이런 걸로 지금 나는 내가 잘했다고 만족하고 싶지가 않다.
돈을 아끼는 것보다 돈을 버는 게 더 빠를 것 같은데 마흔을 앞둔 나에게 한동안 쉬었던 사회생활에 대한
용기가 나지 않는다. 내가 평일에는 아이들 케어로 시간이 나지 않으니 주말에 일을 하겠다고 하니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고 하지 말고, 당신이 좋아서 하는 거 해"
언뜻 남편이 나 좋으라고 하는 말 같지만, 여유에 여도 찾을 수 없는 현재 자금 상황에서 여전히 내가 나 좋아하는 거 쫒을 상황인가 싶기도 하고, 남편이 말하는 '내가 좋아서 하는' 그런 일이 무엇인지 가물가물하기만 하다. 그래서 그 질문이 슬프기도 무섭기도 두렵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