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럴 수 있음.
내 나라인데 한국이 낯설게 느껴져서
애들 적응시키느라
내가 살던 그 나라가 그리워서
훌쩍 나이 들어 새로 뭔가 시작하기 겁나는 나이가 돼서
지출할 곳은 늘고 수입은 훅 줄어서
그때처럼 여유가 느껴지지 않아서
무기력감과 연민에 빠져서 있었다.
주변에서 무엇이 일어나기를 바랐다. 핸드폰 화면을 오르락내리락하며 보는 것도 내가 뭔가 하려고 정보를 수집한다고 생각했다. 인생에 1분 1초를 모두 좋아요와 남들의 관심을 받을 수 없는 것인데, 우두커니 앉아서 누가 나를 좀 알아봐 주기를 내 잘난 구석을 찾아봐주기를, 그러기엔 나는 이제 곧 마흔이다. 헬스장 거울에 보이는 내 모습은 어딘가는 피곤해 보이고 나잇살이 보이는 감출 수 없는 곧 마흔.
이렇게 쉬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다. 오후에 애들 학원 따라다니니 오전에는 쉬어도 된다고. 나는 밥 차리고 뒷정리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다했다며 나의 일거수일투족 연민으로 포장했다.
남편과 어제저녁 잠들기 전
"나도 능력 있는 여자가 되고 싶다.(내가 말한 능력은 여기서 돈 버는)"
그랬더니 남편이 정말 어이가 없다는 듯
"누가 그래? 내가 아는 사람 중 제일 능력 있어 당신이. 지금은 더 높이 뛰기 위해 잠시 웅크리고 있는 거지"
그래도 나를 높여주는 남편의 말에 나는 하하하 웃으며
"그 개구리 웅크리기는커녕 침대에 철퍼덕 누워있네"
그렇게 말하곤 잠이 오지 않았다. 2월부터 지금까지 쭉 나를 돌이켜 보니 마술처럼 뭔가 계속 뭔가 일어나기를 바라고만 있었지,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뒤척이다가 겨우 잠이 들었는데, 첫째가 방에 모기가 있다며 새벽 4시에 나를 깨웠다. 아이방에 모기를 잡아 주곤, 일어난 김에 오늘은 밖에 나가서 걷기라도 해야겠다고 생각이 들었다. 평소라면 그냥 바로 방으로 들어가서 눕던지 잠이 다시 올 때까지 핸드폰을 보던지 했을 나.
운동복으로 입고 오늘은 유산소 후, 그동안 한 번도 가지 않았던 아파트 헬스장 가서 근력운동도 하고 와야지 크게 마음이 동했다. 새벽에 나가서 걸어보니 아침 부지런히 뛰는 사람들이 많았다. 헬스장에 가니 부지런히 운동하는 사람들이 있었다. 그렇게 그 사람들 틈에 나도 함께 움직이니 오랜만에 맛보는 뿌듯함이 올라왔다. 한국 온 지 약 6개월 차. 개구리가 뛸 준비를 시작한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