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딱 삼일 걸었어요.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를 때

by Kifeel co

새벽에 일어나 달리기를 한지 오늘로 딱 삼일째.

첫날은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고 있는 내 모습에 반쯤은 화가 나서 뛰러 나갔고, 둘째 날은 어제도 했으니 오늘도 해야지 라는 마음으로 나갔다. 그리고 오늘 아침은 정말 너무 졸리고 반쯤 눈감고 뛰기보다 걸었다. 이 정도는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이렇게 걷고 뛴 지 삼일밖에 안 됐는데, 요 삼 일간의 기분의 변화를 적어보려 한다.


1. 감정 조절

"엄마가 나한테 좀 착해진 거 같아"

내가 뭔가 더 해준 거 같지는 않은데, 아이가 엄마가 나한테 착해진 거 같다고 엄마가 날 더 사랑하는 거 같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니 아침 걷기와 운동과 스트레칭이 무기력했던 감정이 사라지면서 아이에게 하는 말투, 대화가 조금은 변한 거 같다고 나도 느낀다. 요즘 조금 마찰이 있었던 첫째에게 어떻게 말하면 좋을지 한 번 두 번 생각하고 말하니 아이랑 갈등도 줄었다.(앞으로도 쭉 이렇게 가자!)


2. 하루를 더 잘 쓴다는 느낌.

30분에서 40분쯤 뛰고 첫날은 헬스장 가서 근력운동을 해줬다. 둘째 날은 집에 와서 더 깊은 스트레칭을 해줬고, 셋째 날은 1층에서부터 딱 10층까지만 계단 오르기를 했다. 그리고 집에 와서 스트레칭을 하고 시원하게 샤워를 하고 맞이하는 아침은 그동안 내가 맞이했던 아침과는 확실히 달랐다. 아이들과 함께 아침 먹으며 이야기하고 아이들이 등교를 하면 집 정리를 10분에서 15분 내외로 한다. 어제는 처음으로 아이들 없는 아침시간에 도서관에 가서 한 시간 반동안 앉아서 책을 읽었다. 핸드폰 들여다보지 않고 책을 정말 재미있게 읽었다.

'이렇게 좋은 공간이 집 근처에 있었는데 이제야 해보네.'

주변을 보니 가장 좋은 자리는 역시 60대 이상 되어 보이는 어른들이 앉아서 글쓰기, 책 읽기, 사색등을 하고 계신다. 지인에게 추천받은 맛있는 빵집도 몇 개월이 지난 이제야 한번 가본다.

아이들 학원 아니면 문밖을 안 나가던 내가, 혼자서 이제 시간을 귀하게 보내는 이 기분이 너무 좋다.


4. 오늘 하루를 더 잘 살아야겠다 생각했다.

매일 걷는 코스에는 새벽에 나보다 더 일찍 나와 걷고 뛰시는 분들이 많다. SNS에서 보는 몸이 좋아 보이는 사람보다 지팡이 짚고 살살 걸으시는 할머니들, 어딘가 몸의 균형이 살짝은 한쪽으로 기울어진 엄마, 벌서 온몸이 흠뻑 젖어 있는 사람. 그냥 앉아서 지나가는 사람들 구경하는 할머니 등... 나와 비슷한 또래보다 내 부모님 연령대로 보이는 분들이 많이 보인다. 대부분 무릎 관절이 딱히 건강해 보이지 않으셨다. 저분들이 보기에 나는 얼마나 젊고 모든 할 수 있는 나이라고 생각하실까? 그리고 나의 지금의 시간이 영원하지 않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고 오늘 하루를 더 잘 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걷는데 그냥 쳐다본 한 할머니가 나를 보며 웃으며 오셨다. 노이즈캔슬링 이어폰을 빼고 할머니가 하는 말을 들었다.

"아니 이거 전화가 자꾸 사람들은 나한테 전화를 거는데 나는 벨을 못 들어요. 이거 좀 도와줘봐요. 이 길 가다가 누구한테 좀 도와달라 해야지 했는데"

핸드폰을 보니 핸드폰이 수면모드로 되어 있었다. 핸드폰이 같은 기종이 아니라서 조금 헤매긴 했지만

"핸드폰이 수면모드로 되어있었어요. 이것만 끄면 돼요"

하고 수면모드와 방해금지 모드를 꺼드렸다.

"이제는 전화벨 소리 잘 들리실 거예요."

"아니 나는 아무것도 안 만지는데 이게 왜 이러나 몰라."

하시면서 활짝 웃으시며 가셨다.




한번 이렇게 움직이기 시작하니, 이렇게 몸을 쓰고 나니 이제야 뭐가 좀 해보고 싶어진다.

마음이 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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