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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인도네시아 뉴스 봐?

인도네시아의 데모.

by Kifeel co


요 며칠 아침저녁으로 나는 인도네시아 뉴스를 계속 확인했다. 남편은 이미 떠나온 나라를 왜 그렇게 신경을 쓰냐고 물었다. 하지만 나에게 인도네시아는 올해 2월까지도 살았던 곳이었고, 여전히 그곳에 있는 지인들의 안부가 걱정되는 곳이었으며, 또 마음 한편에 애정이 남아 있는 나라다.




내가 그곳에 살면서 한동안 스스로에게 던졌던 질문이 있었다.
“어떻게 이 나라 사람들은 이렇게도 시위를 하지 않을까?”

눈에 띄는 빈부격차, 그리고 정치권에서 보여주는 허례허식과 부정부패를 보며 참 의아했다. 내가 한 달에 30만원도 되지 않는 월급을 주고 고용했던 가정부, 50만원 정도를 받던 집기사 아저씨. 2,500원 정도면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길거리 음식이 있는가 하면, 바로 앞 레스토랑에서는 2만5천원짜리 파스타가 팔리고 있었다. 그 간극은 너무도 컸다.


한국도 과거에는 국회의원들의 부정부패가 만연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제도와 사회적 감시 덕분에 조금씩 줄어들었다. 그러나 내가 경험한 인도네시아의 정치인들은 마치 ‘저렇게까지 누려도 괜찮을까?’ 싶을 정도로 거대한 부를 과시했다. 아버지가 수십억의 국고를 개인 돈 쓰듯 쓰다 감옥에 갔지만, 그 자녀가 20대 젊은 나이에 국회의원이 되어 지역구를 물려받았다. 양도세가 없어 대대로 부를 이어가며 살아가는 나라였다. 매해 유럽으로 가족여행을 다니는 정치인들의 모습을 볼 때마다, 도대체 어떤 재원으로 가능한 일일까 고개가 갸웃해졌다.


그런데 지금 인도네시아는 거대한 시위 한복판에 있다. 발단은 국회의원들이 받는 주택수당이 국민 최저임금의 10배 수준에 달한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얼마 전에는 시위 현장에서 경찰 장갑차가 오토바이 (고젝) 기사를 그대로 치고 지나가 사망하는 사건이 벌어졌다. 그의 나이 21살이였다. 그 장면이 핸드폰 카메라에 고스란히 찍혀 퍼져나가면서 민심은 더욱 들끓게 되었다.


antarafoto-iring-iringan-pemakaman-affan-kurniawan-1756442462_1756443333.jpg 장갑차에 치여 사망한 Affan의 가는 길을 함꼐하는 고젝, 그랩 기사들의 모습의 사진


내가 살던 당시에도 시위가 있었지만, 이번에는 그 규모와 긴장감이 예사롭지 않다. 국제학교 학생들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온라인 수업으로 전환되었다고 했다. 자원이 풍부한 나라임에도 불구하고 부의 분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는 현실, 여러가지 기본적인 것들이 보장되지 않는 사회구조 속에서 서민들은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빚을 내야 하는 삶을 살고있다.


안타깝게도 최근에는 시위 현장 인근 CCTV가 폐쇄하거나, 국민들이 가장 많이 이용하는 플랫폼인 틱톡 접속을 막는 등의 조치도 취해졌다. 더 큰 혼란으로 번지지 않기를, 부디 모두가 안전하기를 바란다.

언젠가 인도네시아가 가진 풍부한 자원과 잠재력이 공정하게 나눠지고, 더 많은 이들이 교육과 기회의 문턱 앞에 설 수 있기를 소망한다. 최근까지 그곳에 머물다온 나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로 이동한 엄마들도 인도네시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기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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