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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적응은 잘했죠?

일본엄마와 주고받은 대화 속에 깨닫다.

by Kifeel co

나와 비슷한 시기에 귀임한 일본 엄마와 인스타로 소식을 주고받았다.

오늘 그녀가 올린 스토리는 이랬다.

도쿄 메트로에서 한 관광객이 다가와 길을 묻자, 그녀는 영어로 대답을 했다고 한다. 그러자 관광객이

“영어 하실 줄 아세요?”

그녀는 “네”라고 대답했고, 관광객은 자신이 가고 싶은 관광지까지 어떻게 가야 하는지 알려줄 수 있는지 물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렇게 답했다고 한다.

“죄송해요. 저도 도쿄는 잘 몰라요.”


20년 만에 고국에 돌아와 사는 그녀는 여전히 도쿄에 낯설다고 했다. 일본인이지만, 오히려 이방인 같은 기분이었을 것이다. 그녀의 아이들 역시 태어나 처음으로 일본에서 살아가는 중이었다.

그녀의 이야기가 마음에 오래 남아, 나는 오후 내내 그녀와 메시지를 주고받았다.


“보나 씨, 벌써 한국에 간 지 1년이 다 되어가네요. 적응은 잘하고 있나요?”

“아이들 교육이 요즘 제일 큰 고민이에요. 한국 엄마들은 모두 바쁘더라고요. 가정일이나 맞벌이에 매여 있어서 서로에게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어요. 인도네시아에 있을 땐, 내가 ‘주재원의 아내’라는 역할만 있을 뿐, ‘나’라는 존재는 없다고 느꼈거든요. 그런데 한국에 오니까, 인도네시아에서 엄마들과 함께했던 그 시간이 오히려 너무 그리워져요.”


나는 그녀처럼 해외에서 지낸 기간이 길지는 않았다. 고작 4년. 하지만 4년 만에 돌아온 한국에서 나는 익숙함과 편리함, 친절한 서비스 속에서 긴장하지 않고 지낼 수 있었다.

그 안정감이 ‘잘 적응했다’는 말과 일맥상통한다면 나도 잘 적응한 것일 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 마음 한구석은 여전히 인도네시아에 남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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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엄마는 일본에 돌아와서도 아이들을 국제학교에 보낸다. 남편이 아프리카 오지로 발령을 받아 아이들과 함께 갈 수 없었기에, 회사에서 학비를 지원해 일본에 머물 수 있게 된 것이다. 덕분에 아이들의 교육 시스템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그래서 일본이지만 국제학교에서 외국엄마들과 교류도 하고 이야기도 나눌 수 있기에 나보다는 났지 않을까? 생각했다.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이렇게 말했다.

“내 나라지만, 낯설어요. 문화도 어색하고요.”

그녀의 말을 들으며, 나는 한국에 돌아온 이후 왜 새로운 인연을 쉽게 만들지 못했는지 깨달았다. 이어서 그녀는 이렇게 말했다.

“나 오늘 아침까지만 해도 가족 말고는 누구와도 대화를 하지 않았어요. 하고 싶은 이야기는 많은데, 그 말을 들어줄 사람이 없어요. 지금 내 생각에 공감해 줄 대상이 너무 그리워요!”


그 순간, 나도 알았다.

맞다. 나도 내 마음속 이야기를 꺼내고 싶은데, 그 말을 들어줄 대상이 없었다.

20년 동안 해외에서 살아온 그녀와 내 상황을 직접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외로움의 결은 크게 다르지 않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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