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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Mar 06. 2023

일본아빠와 한국아빠의 영어소통

미국식 영어와 영국식 영어만 있는 게 아니랍니다.

일본가족과 첫 식사자리가 생겼다.

일본아빠(Mr류)와 한국아빠와의 첫 만남이기도 했다.

인도네시아에서 만난 일본가족과 한국가족의 공용언어는 '영어'로 통일!


나랑 일본엄마는 영어를 그래도 어렵지 않게 소통을 하는 정도의 실력이고

일본아빠와, 내 남편의 영어는.. 이건 콩글리시도 아니고, 인도네시아 영어도 아니고

정말 신기한 영어의 소통방식이다.  매우 귀에 쏙쏙 박히는 영어이면서, 그게 꼭 각자의 나라의 언어로

이야기하는 것 같기도 한 신기한 영어.


내가 그들의 영어를 듣기에는 

'아 000을 말하고 싶어 하는 건 알겠는데, 영어표현은 저건 아닌데'

'와 저렇게 영어를 표현한다고? 이렇게 말했는데 저거를 알아 들었다고?'

싶은 영어문장들이 많았다.

하지만 이 둘은 매우 깊이 통하고 있었다.

4시간 정도의 식사자리에서 아빠들은 그동안 인도네시아에서 겪은 어려움, 유년기 시절의 에피소드 등을 나눴다. 


류상은 말한 것 중에 나는 가장 기억에 남는 대화가 있었다.

류상은

"영미권 사람들이 '류상 영어 많이 늘었어'라고 말해요. 하지만 나는 거기에 두 가지 의미가 있다고 느껴요. 이것이 칭찬이 아니고 오히려 다른 의미로 들리더라고요. 예전에 비해 영어가 진짜 늘어서하는 의미도 있고, 두 번째는  여전히 너 영어는 부족해. 이 두 가지.
그래서 영어로 소통하는 것을 어렵고 기분이 참 그래요"


내 남편은 류샹이 말에 깊게 수긍했다. 그 기분이 어떤 기분인지 충분히 알겠다면서. 류상은 일본에서만 공부를 했고, 내 남편도 어학연수도 안 가본 순수 국내에서 영어를 배운 사람이다. 이런 두 사람이 어느 하나 완벽하지 않은 인도네시아어와 영어로 인도네시아에서 일을 하려니 오죽 고생일까 싶었다. 

하지만 그 두 사람이 통하는 마음과 생각이 있으니, 오늘 이 식사자리에서 부족한 영어는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미 그 둘은 서로 깊이 이해하고 있었다. 대화란 언어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표정, 감정,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의 보이지 않는 연결등이 다 포함되어 있구나.라고 느끼던 순간이었다. 



어느 유투버가 

'너 BTS 알아?' 하고 물을 때

'Do you know BTS'라고 하면 안 되고

'Have you ever heard about BTS?'라고 해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내가 사는 곳은 인도네시아.

 'Do you know BTS?'라고 물어봐도 다들 내가 어떤 걸 의도하는지 다 이해하고 대답해 준다. 동남아시아에서 완벽한 영어를 쓰려고 하면 오히려 이해하지 못한다는 친구의 말이 떠오른다. 한국에서 영어문법책을 닳도록 보고, 맞고 틀린 영어에 익숙해진 나에게 이러한 경험은 '과연 언어 공부란 무엇일까? 내가 지금까지 한국에서 공부한 영어는 뭐지?' 하는 원초적인 질문을 떠오르게 한다.  그리고 내가 3년간 함께했던 영어튜터(영국인)가 내가 영어로 위축되어 있을 때 

"영어는 대화야. 대화가 중요한 거지 그 문장의 문법이 맞고 틀린 것이 중요한 게 아니야. 다른 사람이 막 너의 영어에 이해 못 하는 것 같다고? 전혀 신경 쓰지 마. 나도 종종 영어문법이 틀려"

이 한 문장이 이제까지 나를 영어에 대한 걱정으로부터 '해방' 시켜 주었다.( 해방은 되었지만 영어실력은....)


영어는 이제 영국식 영어와 미국식 영어만 있는 것이 아니다. 영어를 제2언어로 쓰는 사람들이 쓰는 사람들이 쓰는  영어가 존재한다. 그리고 그 영어가 완벽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충분히' 이해하고 소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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