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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ifeel co Oct 08. 2023

더 이상 듣기를 거부하노라

잘살라는 조언이 피로로 다가오다.

요즘 유튜브를 보다 보면 왜 이렇게 다들 잘난 사람이 많은지 모르겠다. 그리고 잘 살 수 있는 방법과 조언을 해주는 사람들이 넘쳐 난다. 한때 나도 그런 유튜브 구독을 누르고 열심히 들으며 가슴에 열정을 품고 심장이 두근대던 때가 있었다. 하지만 나의 직함은 현재로선 '엄마'. 아이들의 스케줄과 컨디션에 따라 나의 시간은 유동적이다. 뭔가 꾸준히 규칙적으로 한다는 것이 어려웠다.


내가 워낙 자기 계발에 관심이 많기도 하고, 성취하는 것을 좋아하기도 해서 나의 알고리듬에 그런 것들이 계속 올라오는지 몰라도 어느 순간 그런 유튜브와 강의를 듣는 것이 피곤하기도 하고, 이렇게 계속 '열심히 살고, 뭔가를 하라는' 유투버들의 말이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졌다. 나의 깊은 속내는 아무리 그런 걸 들어도 제대로 이루지 못하는 나 자신에게 화가 나기도 했고, 타지살이만으로 도 고단한데 무언가 이루라고 나 자신을 채찍질하고 싶지가 않았다.


80년대생인 나는,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타이틀 속에 20대를 살아왔고, 30대 중반에는 코로나 등으로 20대 때보다 더 많은 변화와 속도에 맞춰 살아가느냐고 숨이 가빠왔다. 그러다가 최근에는 김미경의 '마흔 수업'이란 책까지. ( 책 내용이 마흔을 위로하는 건지 마흔부터 다시 시작하라는 내용인지 모르겠지만, 그냥 안 읽으련다.) 주변에서 끊임없이 잘 살라고 이런저런 방법을 알려주고 너의 고통과 아픔은 모두 다 그런 거야 하며 응원을 해주는 것 같지만 나는 지금 이런 모든 것을 안 듣고 안 보려고 한다.


미니멀하게 살림하는 영상과 사진을 보다 보면, 내 집은 어디서부터 치워야 하나 생각이 들고, 아이 낳고도 몸매를 짱짱하게 만들며 다이어트식품이며 여러 가지 파는 인스타 셀럽을 보니 '나도 애 낳았는데 내 뱃살은 출렁이기만 하는데?' 하며 다시 나의 못난 점을 파본다. 마흔 넘어서도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사람을 보니 부러움만 가득이다. 가계부를 쓰며 한주 식비는 이만큼만 써서 알뜰하게 산다는 사람을 보니 나는 너무 생각 없이 돈 쓰는 거 같다며 채찍질한다. 점점 내가 아무것도 내세울 것이 없는 사람이 되어버린다. 다른 사람과 비교하지 말고 나만의 길을 찾으면 된다지만 요즘 세상에 다른 사람 냉장고 안,  장바구니 속 속들이 다 안 보고 싶어도 아는 요즘 어떻게 비교를 안 해?


요즘은 무언가 하는 것보다 안 하는 것이 어려운 거 같다. 너무 이것저것 알려주는 사람들이 많아서 어떤 것을 기억하고 행동으로 옮겨야 할지 헷갈릴 때가 더 많다. 

이제 유투버들의 조언은 들을 때로 많이 들었다. 그만 듣고 이제 앞으로 나만의 길을 조용히 가고 싶다. 나의 삶의 방법과 방식을 인스타와 유튜브에 너무 빼앗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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