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변을 걷다 보면,
가끔 물가에 홀로 서 있는 백로를 본다.
그의 자세는 한결같다.
긴 다리를 곧게 세우고,
하얀 깃털을 바람에 맡긴 채,
물속을 들여다보는 고요한 모습.
처음에는 그저 예쁜 새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자리에 있는 걸 보고
문득 궁금해졌다.
‘도대체 얼마나 오래 저렇게 서 있는 걸까?’
백로는 사냥을 잘하는 새로 알려져 있다.
그 비결은 단 하나 — 기다림이다.
허둥지둥 움직이지 않는다.
물결이 잦아들기를,
물속 그림자가 분명해지기를,
그저 묵묵히 기다린다.
그 시간이 길어질수록
사냥의 정확도는 높아진다.
그 모습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마음이 잔잔해진다.
요즘 나는 기다리는 일에 익숙하지 않다.
회신이 늦으면 불안하고,
결과가 보이지 않으면 마음이 흔들린다.
하지만 백로는 아무렇지 않게 서 있다.
시간이 자기편이라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어쩌면 인생의 많은 일들도 그렇지 않을까.
당장 결과를 보려 하지 않고,
잠시 멈춰 서서 흐름을 기다릴 때
비로소 진짜 ‘때’가 찾아온다.
하루는 백로가 갑자기 부리를 내리꽂았다.
찰나의 순간, 물보라가 일었다.
그리고 다시 아무 일도 없던 듯
그는 제자리에 서서 작은 물고기를 삼킨다.
그 한 번의 움직임을 위해
그토록 긴 시간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이다.
“기다림이란,
멈춤이 아니라 가장 느린 형태의 움직임이다.”
나는 요즘 그 문장을 마음속에 새긴다.
무언가 잘 되지 않아도,
아직 길이 보이지 않아도,
조용히 기다릴 수 있는 마음.
그게 백로가 내게 가르쳐준
맑고 단단한 평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