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10월 셋째 주가 되면서
저 멀리서 들려오는 낯익은 울음소리가 있다.
“기룩— 기룩—”
고개를 들어 보면,
기러기 떼가 ‘V’ 자 대형을 이루며 날고 있다.
그 모습은 언제 보아도 질리지 않는다.
먼 길을 이동하는 새들은
머릿속에 GPS 역할을 하는 나침반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아울러 날면서도 쉴 수 있게
좌뇌와 우뇌를 번갈아 잠을 자게도 한다고 한다.
기러기는 혼자 날지 않는다.
그들은 긴 여정의 피로를 나누기 위해
항상 대형을 만든다.
선두의 한 마리가 공기를 가르고 나가면,
뒤의 새들은 그 바람의 흐름을 타며
적은 힘으로 같은 거리를 날 수 있다.
그리고 일정한 시간이 지나면,
선두는 뒤로 물러나고
다른 새가 그 자리를 대신한다.
처음엔 단순히 ‘협동의 상징’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고 보면 그것은
생존을 위한 지혜이자,
서로를 위한 신뢰의 약속이다.
나는 요즘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이 기러기들의 방식을 자주 떠올린다.
누군가 앞장서면 그 뒤에서 힘을 보태고,
내가 지칠 때는 잠시 뒤로 물러나 쉬는 것.
그렇게 서로의 바람을 타며
조용히 나아가는 것.
그게 어쩌면 인생의 가장 자연스러운 리듬인지도 모른다.
언젠가 직장 동료 한 명이
“요즘 너무 버겁다”라고 말했다.
그때 나는 괜히
“그럼 이번엔 내가 앞에 서 볼게요”
라고 농담처럼 답했다.
하지만 그 말속에
내 마음의 진심이 숨어 있었다.
우리도 그렇게 번갈아 바람을 가를 수 있다면
조금은 덜 힘들지 않을까.
번갈아 해야만 나도
끝까지 날 수 있지 않을까.
“함께 난다는 건,
같은 속도로 가겠다는 약속이 아니라
서로의 속도를 존중한다는 믿음이다.”
기러기 떼가 멀어져 간다.
그들의 울음소리가 작아질수록
묘하게 마음이 따뜻해진다.
3월 중순이면 엄청나게 큰 V자를
그리면서 돌아갈 테고
다시 그때에 또 돌아오겠지만
언젠가 나도 저들처럼
누군가의 옆에서
묵묵히 같은 방향으로 날고 있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