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조롱이 — 높이, 그러나 가볍게

by 마음뚠뚠

회사 근처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 옆에

차를 주차하고 편의점에 들어가다가 황조롱이를 봤다.

새로 생긴 아파트 단지지만

그 옆의 공터는 아직 정리가 되지 않은 낮은 수풀이

많았는데 아마도 먹잇감이 많은 게 아닌가 생각했다.

공터 위 공기를 가르며 떠 있는 작은 새.

그런데 이상했다.

그는 날개를 퍼덕이지 않았다.

그저 바람을 타고, 한 자리에 머무는 듯했다.

‘정지비행.’

그 단어가 머릿속에 떠올랐다.

황조롱이는 하늘에서 멈춰 있는 법을 안다.

그의 비상은 무게감이 아니라 균형이다.

바람의 세기와 방향을 읽으며

그저 몸의 각도를 살짝 바꾸는 것만으로도

자신이 원하는 높이를 유지한다.

사실 바람의 형태에 따라 미세하게

계속 움직이는 것인데 멀리서 보면

그냥 정지해서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그 모습을 한참 바라보는데

묘하게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언제나 ‘더 높이’만 바라봤다.

조금만 방심해도 떨어질 것 같은 마음,

멈추면 곧 잊힐 것 같은 불안.

그래서 늘 무겁게 날고 있었다.

하지만 황조롱이는 다르다.

그는 높은 곳에서도 두려워하지 않는다.

바람을 믿는다.

때로는 거센 바람조차

그를 더 높이 띄워 올리는 힘이 된다.

그건 오랜 시간의 감각이 만들어 낸

‘가벼움의 기술’ 일 것이다.

마음이 무거워지면

황조롱이를 떠올린다.

모든 걸 바꿀 수는 없지만

나의 각도는 바꿀 수 있다.

시야를 넓히는 것은

환경이 아니라 마음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라는 걸

“진짜 높이는,

더 위가 아니라 더 멀리 보는 데 있다.”

그날 퇴근길,

운전을 하면서 올려다보니 그 녀석이 아직도 그 자리에 있었다.

아까와 같이 정지비행을 하고 있는데

지금은 가끔 날갯짓을 하기도 한다.

날지 않으면서도 날고 있는 새.

그의 존재만으로도

세상이 조금 더 가벼워 보였다.


황조롱이 정지비행 영상 보기

https://www.youtube.com/watch?v=dhfdApKzmbU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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