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의 공기가 아직 차가운 어느 날,
처음으로 제비를 봤다.
그들은 언제나 예고 없이 나타난다.
거기에 지하철역 인근 철물점 셔터 위에서 라니
아마도 주인아저씨가 좋은 분인가 보다.
겨울의 긴 그림자를 뚫고,
먼 남쪽에서 수천 킬로미터를 날아와
다시 이 작은 하늘 아래로 돌아온다.
예전처럼 전봇대나 전깃줄에 쭉 앉아 있거나
비 오기 전 흐린 날에 아주 낮게 날아다니거나
진흙을 물어 와서 집을 짓거나
하는 모습은 이제는 보기 힘들다.
강릉의 어느 막국수 집에서
네 개의 둥지 아래를 모두 나무로 받쳐 준 모습을 보니
이제는 사람의 따뜻한 마음만이
제비들을 다시 돌아오게 하는 것 같다.
셔터 위에 제비는 부산해 보였다.
부리에는 새 둥지 재료로 쓸 진흙과 풀잎을 물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는 순간,
‘돌아온다’는 말이 주는 감정이
이렇게 따뜻한 것이구나 싶었다.
제비는 돌아오기 위해 떠난다.
그들의 여행은 일방향이 아니라 순환이다.
삶의 어느 지점에서든
멈춤은 ‘끝’이 아니라
다시 움직이기 위한 준비일 뿐이라는 걸
그들은 본능으로 안다.
삶의 어느 벼랑 끝에서
더 이상 나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날들.
하지만 몸이 회복되고,
마음이 조금씩 다시 살아나면서
나도 제비처럼 방향을 잡기 시작했다.
그들의 귀향은 화려하지 않다.
먼 길을 날아오느라 깃털은 다소 흐트러져 있고,
둥지 짓기도 서툴다.
하지만 그들은 주저하지 않는다.
어제의 바람을 잊고, 오늘의 공기 속에서
다시 노래한다.
나는 그 모습이 좋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고,
조금 늦어도 괜찮다는 마음이
그 작은 새의 날갯짓에서 전해진다.
창문을 열면 날아다니는 제비를 찾는다.
하지만 잘 보이진 않는다.
한참 걸어서 철물점에 도착해 그들을 만나면
그제야 그들은 내게 “또 돌아왔구나” 하고 인사하는 듯하다.
그 인사를 들을 때마다
나는 마음속으로 되뇐다.
“다시 시작하는 건,
끝내지 않았다는 증거다.”
제비는 다시 떠날 것이다.
그리고 또 돌아올 것이다.
그 순환 속에서 나는 배운다.
돌아오는 일은 두려움이 아니라,
살아 있음의 또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