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따구리 — 멈춤과 집중의 기술

by 마음뚠뚠

아직 쌀쌀한 봄날 아침 산책길,

멀리서 “따르르르륵—” 하는 경쾌한 소리가 들렸다.

고개를 들어 올려보니

나무 위에 딱따구리 한 마리가 매달려 있었다.

작은 부리로 나무를 두드리는 그 모습은

어쩐지 긴장감이 느껴지면서도, 묘하게 평화로웠다.

딱따구리는 쉼 없이 나무를 두드린다.

하지만 그 리듬에는 조급함이 없다.

건강한 내가 여기 있으니 얼른 오라는

부리 끝으로 전해지는 진동을 느끼며

자신의 속도로 나무와 대화한다.

오색 딱따구리

가끔은 청딱따구리의 청아한 목소리가

드러밍과 함께 묘한 조화를 준다.

“삐요삐요삐요삐요삐요”

첫소리가 나고 점차 줄어드는 울음소리인데

듣고 있으면 정말 머리가 맑아지는 소리다.

참새정도 크기이고 워낙 작고 빨라서 육안으로 관찰하기 어렵다.

특히나 도심 근처에서는 경계심이 많아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끈기 있게 가만히 올려다보고 있으면

연한 초록색을 한 작은 새가 나무껍질을 뜯고

그 안의 벌레들을 잡아먹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드러밍을 할 때는 오색딱따구리만큼이나 크게 들린다..


청딱따구리


그 모습을 보고 있자니

요즘의 내 하루가 떠올랐다.

일을 하면서도 휴대폰 알림에 시선을 빼앗기고,

산책 중에도 해야 할 일을 떠올리며 걷는 나.

어쩌면 나는 한 번도

‘집중’이라는 걸 제대로 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딱따구리는 나무를 두드릴 때

다른 새들의 소음에도 흔들리지 않는다.

한 점에 몰입하는 그 순간,

세상은 오직 부리 끝과 나무의 울림뿐이다.

그에게 두드림은 단순한 생존 기술이 아니라,

자기 존재를 확인하는 일일지도 모른다.

나는 요즘 하루의 작은 루틴을 만들었다.

출근 전 10분,

핸드폰을 멀리 두고 나만의 5분 감사 일기 쓰는 시간.

첫 글을 쓰면서 들리는 사각사각 소리를 듣는다.

그 10분 동안만큼은 세상의 속도를 잊는다.

그 짧은 몰입이

이상하게도 하루의 무게를 가볍게 만든다.

마음의 균형은 결국

거대한 변화가 아니라

‘한 점에 온전히 머무는 시간’에서 시작된다는 걸

딱따구리가 가르쳐준 셈이다.

산책길 끝,

그가 여전히 같은 나무에서

리듬을 이어가고 있었다.

그 소리를 들으며 나는 미소를 지었다.

“오늘도 나무 하나는 더 단단해지고,

나도 마음 하나는 더 단단해졌다.”


보너스_쇠딱따구리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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