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 새벽, 천변 다리 위로 옅은 안개가 깔려 있었다.
하늘은 아직 어둡고,
물결 위에는 희미한 불빛들이 흔들리고 있었다.
아침 산책의 첫 코스인 도서관 길로 접어들었다.
그때였다.
다리 아래 물이 얕아 지는 곳에서
해오라기 한 마리가 천천히 걸어 나왔다.
예전에는 논에 많았다고 하는데
지금은 정말 보기 힘든 여름 철새로 알려져 있다.
머리부터 등 쪽까지 파란빛이 도는 진한 회색이고
몸통은 눈처럼 하얗다.
백로나 왜가리와 달리 겅중거리지 않는다.
터질 것 같은 마음을 살포시 내리고
잠깐 잡았던 폰을 내리고
눈으로 해오라기를 가득 만나 본다.
그의 움직임은 백로와도 달랐다.
조심스럽지만 망설임이 없었고,
낮은 곳을 걷지만 시선은 분명했다.
그의 회색빛 깃털은 새벽안개와 닮아 있었다.
이른 시간, 사람 하나 없는 세상 속에서
그는 묵묵히 자신의 길을 가고 있었다.
한동안 그를 바라보았다.
지난 1년 넘게 이어진 나의 회복의 시간,
그리고 그 속에서 다져진 루틴들이 떠올랐다.
아침 산책, 약, 일기, 그리고 새를 관찰하는 일.
그 모든 것이 처음엔 회복을 위한 ‘치료’ 같았지만,
이제는 하루를 열어주는 ‘의식’이 되어 있었다.
해오라기는 머리를 숙여 물 위를 살피더니
순간 부리를 내리꽂았다.
작은 물고기를 물고는 고요히 다리 위로 걸어 올랐다.
그의 발자국이 물안개 사이로 사라질 때,
동쪽 하늘이 서서히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기다림의 끝은 결코 멈춤이 아니라,
다시 걷기 위한 준비였다는 것을.
그리고 삶이란 결국
해오라기처럼 매일 새벽
자신의 길을 묵묵히 걸어가는 일이라는 것을.
“새벽은 늘 같은 시간에 찾아오지 않지만,
해오라기는 언제나 같은 속도로 걷는다.”
나도 이제 그렇게 살고 싶다.
시간이 흔들려도, 세상이 달라져도
내 걸음의 리듬을 잃지 않는 새처럼.
오늘도 해오라기가 걸었던 다리 위에서
나는 조용히 첫 발을 내딛는다.
다시 하루가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