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둥오리 — 내가 바라보는 거리

by 마음뚠뚠

주변에 북한산으로부터

크고 작은 물길이 내려오고 있어

그 사이사이마다

반드러운 초록색 혹은 하얀 빰을

가진 청둥오리 떼가 많은 편이다.


청둥오리는 구성원을 버리고

멀리 날아갈 수 있지만

굳이 떠나지 않는다.

어떤 무리는 그 무리 한가운데 남고,

어떤 무리는 조용히 사라지지만

그 차이는 이유가 아니라 선택의 결에 가깝다.


누군가와의 거리를 정하는 일은 항상 어렵다.

특히나 같은 구성원으로서

너무 가까우면 숨이 막히고,

너무 멀어지면 내가 나를 잃는다.


청둥오리를 보면

그들이 서로를 따라다니지 않으면서도

끊어지지 않는 간격을 유지하는 것이 보인다.


특히나 항상 짝을 데리고 다니고

그 짝과의 모습이 항상 자연스럽다.

무리를 이루면서도 그 사는 모습을

부지런한 먹이 활동으로

가벼운 잠수나 힘찬 비행으로

아주 자유롭게 드러내 보인다.





서로 같은 방향을 바라볼 뿐

같은 속도로 움직일 필요는 없다.

나는 그 간격이 좋다.


닿지는 않지만 잃어버리지 않는 거리,

기대진 않지만 무심하지 않은 거리.

물 위에서

청둥오리는 서로 같은 자리 같지만

눈을 돌리고 다시 보면 어김없이 조금씩 움직여 있다.


그 변화가 말없이 하루를 채운다.

나도 누군가와의 관계에서

이만큼의 변화만 허락해도 좋겠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나아가지 않아도,

확실히 멀어지지 않아도.

청둥오리는

언제든 떠날 수 있는 날개를 가졌지만

오늘은 무리에 머물기로 한 존재다.

그 태도가 마음에 오래 남는다.

나 또한 오늘은,

떠나지 않고 머물기로 한다.

같은 이유가 아니라 같은 결로.



토, 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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