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새는 특별한 순간에 나타나지 않는다.
큰 소리도, 인상적인 비행도 없이
늘 비슷한 자리에서
비슷한 높이로 날아다닌다.
그래서 사람들은
딱새를 잘 기억하지 못한다.
하지만 나는
이 새가 유난히 마음에 남는다.
딱새는
아무 일 없는 날의 얼굴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도 별일이 없었다.
기쁜 일도, 나쁜 일도,
굳이 기록할 만한 사건도 없었다.
예전의 나는
그런 날이 너무 지루했었다.
아무 일 없다는 말은
가끔은 아무 의미 없다는 말처럼 들렸으니까.
그래서 나는
늘 무언가를 만들어내려 했다.
의미를 붙이고,
방향을 정하고,
결과를 기대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그 모든 것이
나를 조금씩 지치게 만들고 있다는 걸 알았다.
딱새는
그런 나를 비웃지도,
가르치려 들지도 않는다.
그저
같은 자리를 오가며
하루를 보낸다.
그 반복 속에는
성장도 없고,
후회도 없고,
해결해야 할 문제도 없어 보인다.
딱새는
의미를 증명하지 않는다.
오늘이 어제와 다르다는 걸
굳이 보여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오늘을 빠지지 않고 살아낸다.
아무 일 없는 날을 살아낸다는 건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는 뜻이 아니라
도망치지 않았다는 뜻이라는 걸.
욕망이 커진 날도 있었고,
용기를 냈던 날도 있었고,
말하지 못해 가슴이 답답했던 날도 있었다.
하지만 그다음 날들 대부분은
아무 일 없었다.
그리고 사실
삶의 대부분은
그런 날들로 이루어져 있다.
딱새는
그 많은 날들을
조용히 건너는 법을 알고 있다.
날아오르지 않아도 되고,
멈추지 않아도 되고,
다만
그 자리에 다시 돌아오면 된다.
오늘이
대단하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이
어제보다 나아 보이지 않아도 괜찮다.
오늘을 빠지지 않고 살았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딱새는 해 질 무렵
나뭇가지에 앉아
잠시 주위를 둘러본다.
그리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하루를
그대로 접는다.
나는 그 장면을 보며
이 시리즈를 여기까지 데려온
나 자신을 떠올린다.
잘 해냈다고 말하진 않겠다.
다만
끝까지 빠지지 않았다는 사실만
조용히 인정한다.
아무 일 없는 날을 살아내는 힘은
특별해지려는 마음을
잠시 내려놓는 데서 시작된다.
딱새는 다시 날아간다.
어디로 가는지
굳이 설명하지 않는다.
이 글도
그렇게 남겨둔다.
마무리이지만
닫지는 않는다.
내일도 아마
아무 일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나는
또 한 번
잘 살아낸 것이다.
검정지빠귀 찬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