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 말,
나의 심장 이야기를 꺼내는 것으로 이 연재를 시작했습니다.
용기가 필요했고, 생각보다 오래 망설였습니다.
그렇게 시작한 글쓰기가 어느덧 100일을 훌쩍 넘겨
2월의 중반까지 오게 되었습니다.
그동안 심근경색이라는 사건을 돌아보는 글을 쓰기도 했고,
제 하루를 조용히 풍요롭게 해 준
새들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풀어내기도 했습니다.
그러다 보니 어느새
새 이야기만 스무 편이 되었습니다.
제 글을 보시면 아시겠지만
저는 전문적으로 탐조를 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커다란 장비도 없고,
쿠팡에서 산 주머니에 들어가는 작은 망원경과
휴대폰이 전부입니다.
되도록 그들의 삶에
저의 욕심이 침범하지 않게 하려고 애썼습니다.
보고 듣는 아주 짧은 순간의 느낌,
그 찰나에 마음이 움직이는 쪽에
더 무게를 두고 싶었습니다.
물론 그마저도
그들에게는 불편함일 수 있겠지만,
팬심 가득한 한 사람의 시선 정도로
양해를 구해보고 싶었습니다.
정해지지 않은 일상 속에서
로또처럼 불쑥 나타나는 그 순간의 감각을
놓치지 않고 마음속에 담아두었다가
밤이 되면 조용히 일기에 옮겼습니다.
그 기록들이
저에게는 하루를 잘 살았다는 증거가 되었습니다.
처음의 시작은
서울에서 파주로 이사한 첫날 아침이었습니다.
알람 소리가 아니라
낯선 새소리에 잠에서 깼을 때,
문득 예전에 독일 출장에서
새소리에 이끌려 새벽 공기를 마시며
밖으로 나갔던 기억이 겹쳐 떠올랐습니다.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상쾌하고 또렷한 아침이었습니다.
주말마다 새벽같이 일어나
새를 찾아 나섰던 마음,
도서관에서 새도감을 펼쳐
휴대폰 속 사진과 비교하던 시간,
와글와글한 소음 사이로
스치듯 지나가는 울음소리,
고요한 하늘을 가로질러
나무 위로 날아오르던 큰 새의 모습,
노을을 향해 기운차게 날아가던
기러기들의 대형이 오래 기억에 남았습니다.
자세히 보다 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그들만의 숨겨진 아름다움이 참 많았습니다.
아주 무해한 눈으로
자기들만의 방식으로 새끼를 키우고,
먹이를 찾고, 둥지를 만들며
사람들 곁에서 묵묵히 살아가는 모습이
저에게는 큰 자극이 되었습니다.
조금 더 알고 싶어
우연히 새덕후 유튜버를 알게 되었고,
그가 소개해준 ‘Merlin Bird ID’라는 앱은
제게 또 하나의 세계를 열어주었습니다.
새소리를 듣고, 사진을 찍고,
그 이름을 알게 되는 과정은
낯선 도시에서
친구를 한 명씩 사귀는 기분과 닮아 있었습니다.
출장이나 여행 시
나만의 즐거움으로 항상 준비되어 있음이
너무 좋습니다.
정제된 글로만
새 이야기를 하다 보니
어쩌면 저는
그 이면의 이야기를
조금 더 편하게 꺼내고 싶어 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하루만 더 에필로그를 쓰려고 합니다.
이 연재를 여기서 닫기보다는
조금 더 숨을 고르고
다시 말을 꺼내기 위해서였습니다.
끝까지 읽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