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환자실의 밤, 살아 있다는 것의 의미

by 마음뚠뚠

보호자가 들어올 수 있는 시간에 와이프가 들어왔다. 눅눅한 오물 냄새와 후덥 한 공기, 규칙적으로 울리는 기계음 사이에서 내 몸과 연결된 기계를 만져주는 와이프. 갑자기 아무 말 없이 울었다. 뭐라고 이야기한 것도 아니었는데 나도 따라 울고 말았다. 조용히 손을 잡아 주는 와이프에게 괜찮을 거라는 말을 하다가 이런!

내일 회사를 가지 못함을 관리팀에게 연락해 달라고 하는 부탁이 먼저 생각나다니... 여하튼 주섬주섬 번호 알려 주다가 숨 쉬듯이 나도 모르게 나온 한마디.


“고마워”


이런 이야기를 하는 나에게 와이프는 이젠 좀 살만 한가 보는구만 이라고 20프로의 원망과 80 프로의 안도를 날려 준다. 일반 병실로 옮길 때 필요한 준비물에 지금 읽고 있던 책도 부탁하고 내일을 기약했다. 오지 않을 내일이라면 상상 못 했겠지. 매사가 고맙다는 경구가 크게 느껴지는 일요일 저녁이었다.


와이프가 나가고 친절한 간호사님께서 몇 가지를 이야기해 주셨다. 당연히 필요한 거 있으면 호출하라고 하지만 소변을 의존해야 함이 다소 힘들었다. 주렁주렁 달린 줄 사이로 억지로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가 나온 것을 다시 드려야 함은 중환자실만의 어려움이었다.


조금 익숙해지면서 주변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낯선 기계음이 귓가를 울렸다.

삐— 하는 소리, 산소가 흐르는 소리, 간헐적으로 들리는 신음.

주변엔 여러 명의 노인 환자들이 누워 있었다.

어떤 이는 헐떡이는 숨을 몰아쉬었고,

어떤 이는 간호사들의 “환자분! 들리세요?”라는 외침 속에서도 미동이 없었다.

커튼 한 장 사이로 들려오는 그 소리들이

내게 ‘죽음’이라는 단어를 다시 가까운 나의 주변 현실로 끌어왔다.

그곳에서는 시간의 흐름이 달랐다.

시계 초침보다 기계의 리듬이 더 크게 들렸다.

삐—, 삐—, 그 일정한 소리들이 마치

“아직 살아 있다”는 신호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밤이 되자 크게 울부짖는 노인분들의 목소리는 주변 상황에 상관없이 잘 자는 나에게도 이상한 숙연함이 잠을 깨웠다. 대각선 건너편에 반복적으로 손을 올렸다 내렸다 하던 할머니가 계속 손을 풀어 달라고 높고 큰 소리로 울부짖었다.

“손 풀어줘, 너희는 어미도 없냐! 풀어 줘 어서, 풀어 줘!!”

실랑이하는 간호사와 그 옆의 다른 할아버지 환자도 조용히 해달라고 소리를 지르신다.

그 목소리가 내 가슴을 찔렀다. 움직이지 못하지만 얼마 남지 않는 생명을 느끼는 것일까? 그 절박함이 내 어제의 모습 같았다.

그날 밤, 나는 눈을 감지 못했다.

무서워서가 아니라,

이 소리 하나하나가 생명의 끝과 시작을 오가는 듯했기 때문이다.

살아 있다는 게 기적이라는 말을,

그날만큼 상대적으로 절실히 느낀 적은 없었다.

나는 얼마나 남았을까? 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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