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이 항상 무겁게 내려앉는 것은 아닙니다.
어떤 슬픔은
겉으로는 밝은 얼굴을 하고
조용히 자리에 남아 있습니다.
크게 울지 않고,
설명하지도 않고,
그저 배경처럼 따라다닙니다.
볼프강 아마데우스 모차르트의
피아노 소나타 16번 C장조,
K.545가 떠 오르는군요.
이 곡은 흔히
‘초보자를 위한 소나타’라고 불립니다.
딱 들으면 이거로구나 하실 그 곡입니다.
한참 피아노를 안치다가
딸아이를 위한 디지털 피아노를 구입했을 때,
거기에 딸려 온 간편형 악보가 있어
오랜만에 추억에 젖었던 기억도 납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1FCWXPEIONo&list=RD1FCWXPEIONo&start_radio=1
첫 악장은 단순하고 맑습니다.
누구나 따라 부를 수 있을 만큼
또렷한 선율.
하지만 그 단순함 속에는
이상한 여백이 있습니다.
너무 밝아서
오히려 약간 쓸쓸한.
모짜르트 전문가인 손열음의 연주를 들으면
그 결이 더 분명해집니다.
그녀는 이 곡을
화려하게 꾸미지 않습니다.
빠르게 몰아붙이지 않고,
감정을 덧칠하지 않습니다.
맑게,
정확하게,
숨을 고르듯 연주합니다.
그 담백함 속에서
모차르트의 표면 아래에 남아 있는
작은 그림자가 보입니다.
특히 2악장 Andante.
여기에는
크게 울지는 않지만
가라앉은 공기가 있습니다.
왼손은 조용히 받치고,
오른손은 노래하지만
과장하지 않습니다.
마치
이미 한 번 울고 난 뒤의 표정처럼.
모차르트의 삶은
우리가 상상하는 것만큼
가볍지 않았습니다.
재정적 어려움,
잦은 이사,
인정받지 못한 시간들.
그는 종종 웃는 얼굴로
그 모든 것을 견뎠습니다.
그래서 그의 음악에는
밝음과 그림자가 동시에 있습니다.
완전히 기쁘지도,
완전히 슬프지도 않은 상태.
손열음의 연주는
그 균형을 잘 보여줍니다.
그녀는 모차르트를
감정적으로 흔들지 않습니다.
대신 구조를 세우고
선율을 또렷이 둡니다.
그래서 슬픔이
과장되지 않고 남습니다.
가볍지만
지워지지 않는 상태로.
우리의 하루도 그럴까요?
완전히 괜찮아진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무너질 만큼 아프지도 않은 날.
웃고,
일하고,
대화를 나누면서도
어딘가에 남아 있는 작은 여운.
모차르트의 K.545는
그 여운을 닮았습니다.
슬픔은
항상 크게 울 필요가 없습니다.
조용히 남아 있어도 됩니다.
맑은 표정 아래
작은 그림자처럼.
오늘은
그 정도의 슬픔을
그대로 두겠습니다.
손열음의 단정한 터치처럼
맑게,
가볍게,
그러나 분명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