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아닌 밤, 굿나잇 그대에게!
2년 전.
있지 않은 달력을 넘기니 10월이다.
벌써 가을이 성큼 다가와 있고,
한국에서의 10월의 공기를 몇 년 만에 접하게 되었다.
일교차가 심하다더니, 서울의 냄새는 차디차고,
어느새 오늘 밤은 17도로 접어들었고 내일부터는 10도 채 되지 않는단다.
더 이상 나에게 서울은 어느 정도로 낯설지 않다.
지금 내가 머무르는 이 공간도,
반나절 동안 있게 되는 회사도,
오고 가는 버스 노선과 거리의 상점들도,
한 둘씩 알아가는 여기 사람들도.
나는 내가 적응력도 아주 빠른 줄 알았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낯을 가리지 않으며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잘 하고 있는 줄 알았다.
단지 나는, 어느 환경에 적응한다고 할 때에,
그 공간이 나에게 덜 어색하게 되도록
내 마음과 생각을 열심 내어 바꾸고 있었던 것이었고,
처음 보는 사람들과의 만남에서도
그 사람들에게 내 자체가 어색하게 느껴지지 않으려고
말을 먼저 걸어보고 대답을 하곤 했던 것보다,
그 사람들이 나에게 더 이상 모르는 사람들이 아니게 하기 위하여
내 주위에 둘러싸고 있던 벽의 한 레이어를 허물고 있던 것이었다.
그런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나는 이 서울에서 영원한 외국인으로 남아있을 것이며,
사람들과 계속되는 어색함 속에 결코 녹지 않는 얼음일 것이다.
그대와도 똑같다.
그대를 보라고 했고, 그대 얼굴을 찾고 구해야만 한다고 했다.
당신의 영역이 나에게 접할 수 없는 공간이 되지 않게 하기 위해
내 태도와 상태를 바꾸는 노력이 결단코 필요하고,
당신과의 만남에서 더 이상 당신이 나에게 남이 아닐 수 있도록
나의 게으름과, 피곤함과, 자만과, 걍팍함의 벽을 허물어야만 하더라.
나에게 글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지금 이 시간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아침이 아닌 밤이어도 굿모닝이 아닌 굳나잇이 되더라도,
나는 당신이 너무나도 필요했다.
왜냐하면, 밤은 깊어져 갈 때,
밖은 어둠으로 연이은 고독의 시간을 내쉬우고 있을 때,
내가 당신과 함께라면,
나는 더 이상 어둠 속에 있는 것이 아니며,
내 어둠이라는 벽 또한 허물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