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lah Sep 17. 2016

One Year Ago

1년 전



좋아하는 편지를 쓰고자 했다. 당신에게.


사진을 포함한 글을 쓰고 싶었다.


컴퓨터 용량이 거의 넘치기 일부 직전이라, 

외장하드를 연결한 상태에서 사진들을 불러올 수 있는데,

연결하지 않고, 이미 컴퓨터에 저장되어 있는 사진 중에서

하나를 불러와 곧장 편지를 쓰고 싶었다.



사진을 찾기 전에 먼저 글 쓰는 공간을 열어놔야지 하는 마음에 

포스트 쓰기를 클릭하고 보니, "임시저장 글(2)"이라고 되어 있네.



그중 하나는 지난번 저장해 둔 한강 모습,

나머지 하나가 바로 1년 전, 엄마가 입원했던 병원의 링거와 엄마의 흔한 뒷모습.

그때, 한 주 정도, 내 고향의 고향인 부산에서

토성동이란 곳에 위치한 부산대학병원에 3박 4일 동안 들락날락했었다. 


링거를 맞으며 병원 침대에 누워있던 엄마를 간호하기 위함인데,

"요 근 몇 년간 시름시름하던, 조금만 통증이 와도 엄살이 극히 심했던 엄마"라고 

짧은 글귀가 저장되어 있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내 생각은 그랬던 것 같다.

내가 보기에는 괜찮은 것 같고 참을 수 있을 것 같은데 엄살처럼 보였다.

엄마도 그렇게 말했다. 조금만 아파도 자기는 부풀려 말한다고. 정말 아픈 것 같다고.


그리고 아픈 것이 싫었기 때문에, "아프다"라는 단어 자체 또한 

난 좋아하지 않았음이 분명했다.


그런데 더 이상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할 수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도 아프다. 



오늘 엄마와 통화를 하는데 

엄마는 대화하는 것을 어려워했다.


피곤한 것인지, 

아니면 자식들 걱정에 머리가 아픈 것인지.


기본 15분 이상 통화하는 우리의 사이가 

어떻게 된 것인가.



당신의 지혜가 필요하다.

당신의 사랑과 보호하심이 필요하다.


나이가 들수록, 더욱더 건강한 모습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것인가, 욕심인가,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에 대한 나만의 투쟁인가.


1년이 되었다. 

병실 위의 엄마 옆에서의 3박 4일의 시간이.



내가 아직 알지 못하는 무엇에 대해

당신은 나로 하여금 더 간구하게 만든다. 


8.26.15

매거진의 이전글 An Awkward Title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