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남 땅끝마을에서 온 고구마
한 박스 가득히, 조그만 너희들이 도착했다.
흙에서 뒹굴다가 누군가 건져냈는데
냄새와 느낌 그대로를 지닌 채
새 문으로 들어와
나로 하여금 너희의 본토 땅을
비슷하게나 상상해 보도록 했다.
네 곳을 떠나는 순간부터,
네 몸은 상하기 시작한다 그러더라.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많이 떠나왔을까.
오는 길에 몇 안되면 외로울까 봐
그 누군가의 큰 마음과 행동이 원인이었을까.
그렇게 너희들은 조용하게 내 발아래에 와 있다.
큰 무리에서 한 움큼 집어 올린다.
네 흙을 달달 털어줄게
흐르는 물에 씻어줄게
까슬까슬하였던 표면은 어느새 맨들 해지고
네 붉은 피부색은 진정 붉게 빛난다.
은 냄비에 깨끗한 물을 채워 너희를 담는다.
주변은 데워져 열기의 기대로 가득 차고
어느새 펄펄 끓기 시작한다.
끓는 방울과 함께 들썩거리다
이내 이리저리 뛰는 너는
선선한 바람과 기름진 것 없이 뜨겁기만 한
이 엄청난 더위속에서 잘 견뎌내고 있다.
조금만 더 견뎌내라
조금만 더 기다려라
네 마음의 속 살이 부드러워질 것인데
그때 내가 너를 꺼내겠다.
그때 내가 제일 아끼는 그릇에
너를 담아 너를 뽐내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