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자와 서울에서의 한 여름 일일 여행기
8월의 어느 날, 더위를 식히는 단비가 내리기 시작하면서,
저 먼, 한 때 2년 정도 나도 머물렀던 Los Angeles에서부터
당신이 보낸 한 사람이 어느 건물 지붕 아래에서 손을 흔들었다.
비가 올 것 같은 예감으로 집 밖을 나설 때 우산을 집어 든 나와,
타지에서의 자유로운 여행을 누리는 모습에 걸맞게
우산을 들고 오지 않은 그녀로서,
우리는 약 2년의 공백을, 한 우산 아래에서
한순간에 깰 수 있었다.
4시가 조금 넘은 시간.
우산을 쓸까 말까, 폈다 접었다를 반복하게 하는
사연 있는 비를 맞으며
우리는 지금까지의 각자의 사연을 나누면서
경리단길 골목골목을 천천히 걸어갔다.
한 슈퍼 앞에 배치되어 있는 허니버터칩에
내 눈이 매혹되어 과자 봉지 하나를 집었고
친구는 빵 봉지 안의 초록색 스티커를 발견하면서
느닷없이 우린 봉지 하나씩을 손에 담게 되었다.
걷다 보니 카페에 들리게 되었고
따뜻하고 달달한 라떼 한 잔을 나눠 마셨다.
내 옆에 앉아, 유럽에서 경험했던 매력의 요소들을
하나하나 웃으며 알려주는 친구.
그리고 친구 뒤로 보이는 말려진 꽃.
고개를 돌려 꽃을 바라보는데 꽃이 친구가 되고
친구가 보랏빛 꽃이 되었다.
저녁을 먹으러 나왔다.
가려고 했던 목적지를 우리는 마치 계획했던 것 마냥
당당하고 미련 없이 지나쳐선
30분을 더 걸어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맛을 보았다.
더 좋았다. 허기가 채워지면서 우린 더 흥분하며
삶에 대해 당신이 주신 이야기들을 쉴 새 없이 나누었다.
어느새 저녁이 깊어지고
여름의 저녁이라 밝은 가운데 헤어질 수 있었고
헤어지기 전에 우리는, 우리가 함께했던 그때를
우리의 모습을 담아 남기기로 했다.
천천히 육교 위에서. 서울의 대로를 뒤로한 채.
당신이 보낸 한 사람으로
한 곳 한 곳마다 머물면 머물수록 그곳이 좋아졌던 이유.
서울에서의 3시간이, 푸른 숲에서의 3시간처럼 느껴졌던 이유.
천천히 걸으면 걸을수록 마음이 더 풍성해질 수 있었던 이유.
LA를 떠나, 유럽을 거쳐, 한국에 잠시 머물기로 한 그녀와의
서울에서 함께한 한여름의 달콤한 일일 여행.
그대야, 인생은 여행이고, 여정임을 믿어 사는 내가 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