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elah Sep 17. 2016

Above Our Cold Heads

차가운 머리 위로


1월 26일.


지난 며칠간 영하 15도, 체감온도 영하 30도라는 어마어마한 한파가 서울에 들이닥쳤었다. 한강과 인천 앞바다가 꽁꽁 얼어 붙은 모습이 뉴스에 보도되었고, 지난 주일 예배를 드리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본 탄천도 얼어있었다. 거센 겨울 바람이 더 크게 울릴 때 마다, 흐르지 않는 물과 그것의 고요함은 더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그리고, 그럴 수록, 우리의 몸도 얼기 시작했다. 겹겹이 옷을 껴입고 장갑과 털모자와 목도리로 몸을 한층 더 두껍게 덮는데, 여전히 너무나도 추웠다. 결코 외부적인 요소들로 따뜻해 질 수 없었다. 껴입다보니, 우리의 몸은 결국 움직일 수 없을 정도의 상태가 되어, 오히려 무동의 모습을 취하게 되었다. 조금이라도 바람에 덜 노출시켜야 한다는 생각에, 장갑낀 손은 호주머니 안에서 꿈쩍하지 않았고, 털모자는 우리의 눈썹 위 까지 내려앉았으며, 그래도 여전히 차가운 머리는 땅을 향했다. 

 
그래서 우리는 보아야 할 것을 보지 못했다. 
 

어제로 조금씩 기온이 올라가기 시작했다. 목으로 들어오는 바람을 막고자 한동안 솟아올라있던 어깨의 힘이 풀리면서 아팠다 호소한다. 움츠렸던 몸은 기지개를 펴고, 숙여있던 고개로 뭉쳐진 뒷 목의 근육도 천천히 녹기 시작한다. 딱딱한 땅을 바라보지 않게 되었다. 우리의 시선은 건너편 횡단보도에 서 있는 사람들과의 시선과 교환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들 뒤로 하늘이 보인다. 나무가 거세게 흔들렸을때도, 도로가 눈으로 질퍽거리게 변했을때도, 하늘은 존재했다. 우리의 몸이 얼었붙었을 때에도 하늘은 존재했다. 그 자리 그대로, 어제도 오늘도.
 

정말 진실되게 언제나처럼.
 


매거진의 이전글 Travel Note with a Travele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