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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Sep 09. 2016

The First Present

그녀가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

그녀가 나에게 준 첫 번째 선물



부엌 식탁에 앉은 나는

천천히 설거지를 하고 있는 그녀를 보았다.

어제 그녀는 나에게 "Fatty Lamb"이 적힌 휴지통을 선물했다.

몇 개월만에 보는 내가 반가운 걸까.

화장실 바닥에 얄궂게 주름져 앉아있는

비닐봉지가 안쓰러웠던 걸까.


쓰레기들이 잠깐 동안 머무를 안전한 곳이 생겼다.

회전 문도 있고 아주 새 것이다.


그녀는 어느새 지금 내가 머무르고 있는

이 집의 안주인이 되었다.

청소도 빨래도 밥도 척척 잘한다.

언젠가

그녀의 어머니가 그녀에게

이 집의 주인이 누구인지 물었다.

자기 집이라고 대답하지 않았다.

오빠와 새언니 집이라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런데도 안주인 역할을 다하는 그녀가

나에게 휴지통을 선물했고

나는 그녀가 생각하는 그녀의 집이 어디일까

궁금해졌다.


물어볼까 하다가 만다.

그녀는 그녀의 어머니에게 했던 것처럼

아리송한 미소만 되풀이할 것이다.

어느 쪽이 답이다라고 말하기엔

그렇다 할 확신이 부족할 것이다.

어렸을 적부터 알고 지내온

미세한 두려움이란 감정이  

그녀를 어지럽게 만들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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