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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elah Sep 11. 2016

About Dreams

꿈에 관하여

About Dreams in 2014



문득 '이러이러한' 생각이 날 때마다 글을 쓰라고 하는 사람들의 조언에 나도 동의한다. 꿈을 꾸고 나서 꿈의 기억이 사라지기 전에 노트에 옮겨 적으라는, 그러면 그곳에서 얻는 영감이 있을 수 있다는 사람들의 말에 나도 동의하여 여러 차례 한 적이 있다.


'Evernote'앱을 작년만 해도 줄곳 사용하였다가, 이번 해, 이 앱에서 글을 꾸준히 모아보자라는 의도로, "2014, the year of the blue horse"라는 제목을 붙여 정한 앱의 노트북 안에는 미안하게도 7개의 노트가 전부다. 


사실 초록색 카버로 된 내가 유난히 아끼는 노트북에 연필 혹은 펜으로 써 내려가자는 한 해의 결심의 완성도는 그리 나쁘지만은 않아왔다. 두 토끼를 잡는 것이 쉽지 않다는 옛말처럼, 이번 해 나는 '손으로 쓰는 연습을 택하였겠지'하며 나에게 위로 아닌 위로를 하고 있다.


그래서인지 어느 정도의 측은한 마음으로 'Evernote'앱을 켜고선, '2014...' 노트북의 여덟 번째가 될 노트를 지금 만들고(?) 있다. 지난 7개의 짧은 글들을 읽어내려 본다. 신기하게도 그중 4개가 꿈에 관한 내용이다.


3월 31일. 3월 25일. 3월 3일. 2월 27일... 2월 27일의 꿈 내용 안에는 2월 26일의 꿈이 포함되어 있다. 이렇게 되면 총 5개의 꿈들이 적혀있는 것이다.


강단에 섰는데 손에 내가 적은 시들이 없어서 폰에 저장되어 있는 시 파일을 열려고 하는 아주 긴장한 상태로 떨고 있는 나의 손. 결혼 후 타주에서 살고 있는 친구의 소박한 집의 모습과 어두운 오후, 어두운 친구의 표정. 어느 체육관의 락커 앞, 아주 마르고 피부는 하얗고, 머리는 어깨에서 살짝 위로 검은색 머리카락을 가지고선 천천히 걸어가 락커를 여는 아이. 흰 박스티에 황토 칠부바지를 입고 있는 이 아이. 마트에 나와 오랜만에 친구를 발견하고 인사하던 와중 운동화가 아닌 슬리퍼르르 신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한 이야기. 그리고 다시 마트로 들어가 내 신발을 되찾는 이야기 등 꿈은 다양한 모습으로 나에게 찾아왔었다. 꿈을 꾼 후, 아니, 꿈을 잃기 전, 이 앱에 짧게 노트를 한 후 나는 무엇을 했었는지 생각해 보았다.


사실 몇 시간 전, 오늘도 꿈에서 깨어났다. 앱에 적혀있는 지난 6개월간의 5개의 꿈은 왜 5개뿐일까? 나머지는 다 잃었다. 적지 않았기 때문에, 나의 기억력이 좋지 않기 때문에, 나의 게으름 때문에. 물론 적지 않음을 한탄하고 자책하고 있지는 않다. 대신 잃어버려진 것들을 무심하게, 흐릿하게 모으고 있을 뿐, 그리고 모아진 잃어버림이 다시 한번 새롭게 다른 모습으로 하나의 영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그렇게 나 자신은 지금 위로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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