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손톱을 깎기로 약속했지만 시간이 너무 늦어 애들을 그냥 재웠다. 아침 일찍 일어나 먼저 아이들 손톱을 깎고 있었다. 건우가 조용히 물어본다.
“아빠, 명상 시간에 엄마 보고 싶어서 눈물이 나올라 그래.
어린이집 체육활동실에서 하는데.. 그런데 명상할 엄마가 없는데 엄마가 자꾸 보고 싶어.”
잠시 나는 말을 잇지 못했다. 그리고 잠시 시간이 지나
“건우야 엄마가 보고 싶으면 언제든 울어도 돼. 아빠도 엄마 많이 보고 싶거든.
아빠 눈 봐. 아까는 아빠 집 눈물이 고여 있지? 아빠도 엄마 생각할 때마다 너무 보고 싶어서 아빠도 많이 울어.
울고 싶으면 언제든지 울고 선생님이 ‘외우니’ 라고 물어보시면 엄마 보고 싶어요. 라고 대답하면 돼.
아빠도 일하다가도 엄마 생각나고 밥 먹다가도 엄마 생각나고 그럴 때가 있어. 알았지?
눈물은 참지 않아도 돼.”
6살 아들이 엄마가 보고 싶은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엄마 품이 그리운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아내를 잃은 남편이 아내를 그리워하는 건 너무 당연한 일이다.
그래서 슬퍼하고 눈물 흘리는 건 자연스러운 일이며 그 슬픔은 굳이 숨기려 숨기지 않아도 된다.
다만 어른들은 슬픔을 표현할 때와 장소를 가려야 한다.
아이들은 훈육은 잘못된 점이 있을 때 그 자리에서 해야 교육 효과가 있다.
낮에 한 일을 자기 전에 엄마가 야단친다면 아이는 갑자기 엄마가 이유 없이 혼내는 것으로 느끼게 된다.
아이들은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해야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어른도 슬픔을 가슴 속으로만 삭히면 큰 병이 된다.
슬픔을 숨기려 하지 말자.
나는 건우가 어린이집에서 명상을 한다는 것을 알지 못했다. 그래서 건우에게 몇 번이나 해봤어? 라고 물으며 명상할 때 어떻게 하는건지 물었다. 그랬더니 건우는 양반다리를 하고 허리를 꼿꼿이 세운 후 눈을 감았고 무릎 위에 손바닥을 얹었다. 어린이집에서 정기적으로 명상을 하는 것 같았다.
어떤 기억이든 시간이 지나면 조금씩 무뎌지겠지만 우리 가족에게는 그 시간이 짧지 않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