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생의 감각을 벼리다

by 휴운


*

생존 본능에 가까웠다.

내가 지닌 감각들의 역치를 높여 스스로를 무디게 만드는 일은.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괴로워 하는데다 모든 걱정은 사전에 도매로 떼어다 하는 성격은 이 험난한 세상을 살아가는데 그닥 도움이 되지 못했다. 삶의 디폴트 값은 예측불허와 산 넘어 산이었기 때문이다.

조그만 일에도 기뻤고 설레었지만, 반대로 다시 조그만 일에도 시무룩해지고 서러워졌다.

하루에도 몇 번씩 시시각각 감정의 파도에 올라타 물결에 휩싸이는 일은 무척이나 피로한 일이었기에 스스로 선택한 것은 감정의 촉수를 웅크리는 일이었다.

그 자구책은 분명히 효과가 있었다고 생각한다.

감정의 표준편차 그래프가 훨씬 완만해졌기 때문이다. 오르락과 내리막의 편차가 줄어드는 일은 그 사이에서 발생하는 에너지 소모가 줄었음을 의미했다. 겉으로 보기에는 차분함, 안정감, 든든함의 분위기로 발현되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가끔은 불쑥 두렵다. 무서운 공포로써의 두려움이 아닌, 이대로도 괜찮을까 싶은 두려움이다.

힘을 주어 썰어도 잘리지 않는 무뎌진 칼처럼, 나 역시 그런 무뎌진 사람으로 쭉 살아가게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때면 조금 슬프다.

긁히고, 다치고, 베이더라도 흐리멍텅하고 둔해진 모습보다는 총기있고 또렷한 사람이 되고 싶은 마음이 동그랗게 삼켜버린 사탕처럼 내 마음 한구석 어딘가에 늘 있었기 때문이리라.

이제는 생의 감각을 벼리고서 살아가야겠다,

다짐한다.

나의 삶을 더 깊고, 짙게 느끼며 살아가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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