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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우리는 이런 질문을 한다.
'최고로 좋았던 순간은 언제예요?'
'최고로 기뻤던 순간은 언제예요?'
'최고로 힘들었던 순간은 언제예요?'
'최고로......'
영어로 말하자면 최상급 the best, the most 에 해당하는 질문들이다.
하지만 나는 어쩐지 이런 질문을 받게 될 때마다 대답하기가 망설여진다.
물론 그리 짧은 인생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내 생애 있어서 최고의 무엇을 논하기에는 섣부른 기분이 든다. 물론 최고에 버금갈만한 순간들을 겪어오기는 했겠으나 막상 그 순간들에서 나는 그것을 최고라고 생각했었을까. 그리고 앞으로도 그 순간들을 최고라고 생각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이 드는 것이다.
최고라는 표현에 나도 모르게 약간의 거부감을 느끼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최고가 아니라 최중상, 최중 정도의 느낌으로 질문한다면 오히려 더 대답이 술술 나올지도 모를 일이다.
'최고'라는 단어로 내 생의 경험들과 느낌들을 한정짓고 싶지 않다.
물론 그 '최고'라는 것은 생의 매 순간 갱신될 수 있는 것이지만
그래도 그 가능성을 더 자유롭고 느슨하게 풀어두고 싶은 마음이다.
'최고의 순간'이 과거나 미래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지금, 이라고 망설임 없이 말하게 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