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우리 모두 조금씩은 -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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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모두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오직 나만의 내밀한 무엇 하나쯤은 숨긴 채로 살아간다.

겉으로 보이는 나의 모습이 내가 속한 세계, 자라온 환경, 책임져야 하는 무언가로 만들어진 모습이라면 한꺼풀 속 숨겨진 나의 모습은 가공되지 않은 원시적인 것에 가깝다. 어떻게 해도 변하기 어려운, 태어날 때부터 지닌 성정일수도 있고 나의 기호로 만들어진 나만의 세계일수도 있다.

멋지게 다른 사람의 사진을 수없이 찍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셀카는 찍을 줄 모르는 사진작가. 마라탕과 떡볶이를 주 3회 먹지 않으면 안되는 PT 트레이너. 타로점과 사주, 운세를 맹신하는 물리학자. 모태솔로인 베스트셀러 연애소설 작가. 환경운동 단체에 일하면서도 정작 집의 분리수거는 할 줄 모르는 환경운동가 같은.

얼핏보면 응큼하고 배신감이 느껴질 수도 있을지 모르겠으나, 실은 보이는 모습이 전부인 사람들이 모여 살아간다면 얼마나 이 세상이 납작하고 밋밋하게 느껴질지 모르는 일이다. 내 안의 수많은 나와, 당신 속의 수많은 당신들이 서로 부대끼며 쿵하고 짝하며 흘러가는 것이 이 세상이기에 세상살이가 조금 더 흥미로워지지 않았을까.

' 어! 네가 어떻게...'

' 아! 역시 너도...!'

수많은 물음표와 느낌표가 교차하며 가끔은 놀라고, 가끔은 고개를 끄덕이면서.

그렇게 우리 모두 조금씩은,

적당한 모순을 껴안고 살아가는 입체적 인물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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