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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를 하다 보면 인상깊은 첫 문장 쓰기의 중요성에 대한 글을 종종 읽게 된다.
무엇이든 '처음'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보편적인 현상에 기인한 것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람을 만날 때에도 첫인상의 중요성을 강조하지 않는가. 그만큼 '처음'이라는 것의 강렬함은 부정할 수 없기 때문이리라.
매력적인 첫 문장의 요건, 이라는 키워드로 검색만 해도 심도있게 분석한 여러 사람들의 의견들이 촤르르 쏟아진다. 주목도, 차별화 전력, 흥미 유발, 전문성 어필... 읽고 있자면 왠지 내가 지금껏 쓴 글들의 첫 문장은 어떠했었나, 주춤하게 된다. 얼른 집으로 뛰어가 누군가 읽게 될지도 모를 내 글들을 잠시 모두 비공개로 걸어잠그고 대대적인 첨삭 후 검열해야 할 것만 같다.
그래서 가끔씩 책을 읽거나 텍스트를 읽을 때 첫 문장을 유심히 읽어보기도 했다. 역시는 역시라고 했던가. 유명 작가들의 걸작들의 첫 문장은 서두부터 무언가 남다름이 느껴지는 것을 부정할 수 없었다. 기세가 다르다고 해야할까. 비록 대면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것은 아니지만, 활자로 된 문장에서부터 느껴지는 응축된 아우라가 종이에 스며든 까만 잉크의 픽셀마다 스며들어 있는 기분. 넘치지도 모자르지도 않은 엑기스로 빚어낸 진검의 일격같이.
하지만 아무리 첫 문장이 중요하다고 해도, 첫 문장의 기세에 모든 에너지를 쏟아넣고 나면 그 다음은?
천하의 문호가 아닌 이상 첫 문장이 글 자체일 수는 없다. 나는 그 다음 문장을 쓰며 이야기를 무궁무진히 이어가야 한다. 첫 문장의 문턱이 너무나 높아 도저히 넘어갈 엄두도 내지 못한 채, 입술만 뜯으며 망설이고만 있다면 나의 이야기는 졸작이 될 지, 걸작이 될 지 어느 가능성도 펼쳐내지 못한 채 옹송그리고 있을 것이다.
일단은 첫 발걸음을 내딛어보자.
어디로든 신발을 신고 땅에 붙은 발을 떼어 어디로든 내딛어야 처음이 되는 것이다. 그 처음의 다음이, 어디로 흘러갈지는 모르겠지만.
다음이 없는 처음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뿐이니까.
첫 문장의 특별함도, 실은 뒤이어 흘러가는 여정들로 인해 완성되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