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귀가 들리는 아이

"방귀 소리에서 마음속 이야기가 들린다면 믿겠어요? "

by 휴운



"방귀 소리에서 마음속 이야기가 들린다면 믿겠어요? 전 정말 들려요. 뿡~ 소리 말고요. 속마음 소리요!"


사람들은 몰래 '뿡' 하고 방귀를 뀌지만, 저는 딱 알아요.

“으악, 수학 시험 망했다!”

“제발 아무도 못 맡게 해 주세요…”

“엄마한테 말 안 했는데 숙제 안 했단 말이야아아…”

이런 게 다 방귀에 담긴 진짜 마음의 소리예요. 저는 방귀 속마음 탐지기랍니다.


원래는 몰랐어요. 다들 들리는 줄 알았거든요.

그런데 어느 날부터인가, 방귀 소리 대신 사람 마음이 들리기 시작했어요.

'뽕!' 대신 "나 너무 떨려..." 같은 속마음이 들리는 거예요.

처음엔 좀 무서웠지만, 나만 아는 비밀이 생긴 것 같아 신기했어요.


그런데요, 사람 마음은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참 다르더라고요.

목소리가 쩌렁쩌렁한 우리 반 도혁이는요, 받아쓰기 시험 날 아침에 이렇게 말했어요.

"아~ 오늘 시험이지? 나야 뭐, 백점이지 뭐!"

그런데 뒤돌아서 가는 도혁이의 방귀가 속삭였어요.

‘하아... 어제 열 번도 넘게 연습했는데, 또 틀리면 어쩌지... 나 사실 너무 떨려...’

어깨를 으쓱하는 척했지만, 속마음은 파르르 떨고 있었던 거예요.

'도혁아, 실은 너도 긴장됐구나?'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꾹 참았어요.



또 이런 일도 있었죠.

"야! 우지원! 너 왜 내 지우개 써? 이거 내 거잖아!"

다민이가 갑자기 화를 내며 소리쳤어요. 지원이는 놀라서 얼굴이 자두처럼 빨개졌죠.

다민이가 휙 돌아서자, 지원이의 방귀가 속삭였어요.

‘일부러 그런 거 아니야... 똑같이 생겨서 착각했는데... 너무해... 진짜 억울해...’

지원이의 속상한 마음이 내 귀에만 들렸어요. 토닥이며 "괜찮아" 해 주고 싶었지만, 역시 꾹 참았죠.



그런데, 일이 터졌습니다.

“유야, 나랑 우유 당번 바꿔주라~ 내일 동생이랑 같이 와야 해서 조금 늦을지도 몰라서~”

단비가 눈을 반짝이며 말했어요. 손까지 꼭 잡고 말이죠.

하지만 저는 단비의 속마음을 이미 알고 있었어요. 방귀가 들려줬거든요.

‘내일은 유랑 찬우가 당번이지? 찬우랑 단 둘이 당번이라니...

유는 내 단짝이니까 바꿔달라고 하면 분명 들어줄 거야. 꺄아~!’

그래서 그만, 무심코 말해버렸어요.

“괜찮아, 찬우랑 단 둘이 당번 하고 싶어서 그런 거잖아. 나랑은 언제든 같이 할 수 있고!”

단비의 얼굴이 풍선처럼 빨개졌어요.

“야! 네가 내 마음 훔쳐보기라도 했어? 유, 너 진짜 실망이야!”

그날 이후 단비는 나를 피했어요. 나를 보면 고개를 돌리고, 다른 친구들과만 웃고 떠들었어요.

슬펐어요. 내 능력이 무서워졌어요. 그리고 너무 외로웠어요.


그날부터 나는 점심시간마다 조용한 운동장 구석 벤치에 앉았어요.

다른 아이들이 노는 걸 멀찍이서 보기만 했죠.

그러던 어느 날, 울음 섞인 방귀 소리가 들렸어요.

‘흑흑... 너무 힘든데... 친구들 앞에선 늘 웃어야 하니까...’

소리가 들리는 쪽을 보니, 반장 지윤이가 웅크리고 앉아 있었어요.

“지윤이야...?”

“어, 유야... 너 여긴 왜...?”

지윤이는 금세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웃었어요.

"그냥, 날씨 좋아서~"

그 웃음 뒤에 방귀가 들려줬어요.

‘괜찮은 척 너무 힘들어... 그냥 나도 울고 싶어...’

나는 지윤이 옆에 가 앉았어요.

“지윤아, 항상 괜찮은 척 안 해도 돼. 힘들 땐 울어도 괜찮아.”

지윤이는 잠시 멍하더니, 와락 안겨서 펑펑 울었어요.

나는 말없이 등을 토닥였어요. 그냥 곁에 있는 게 더 큰 위로일 것 같았어요.

눈물이 멎은 뒤 지윤이는 작게 말했어요.

“유야, 네가 처음이야. 나 이렇게 위로해준 사람... 고마워.”


그 순간, 나는 알았어요.

속마음을 안다는 건 비밀을 훔치는 게 아니라, 마음을 이해하는 거라는 걸요.






오늘도 어딘가에서 방귀 소리가 들려요.

내 짝 현서예요.

‘아! 오늘 미술 준비물 안 챙겼네...’

나는 가방에서 색종이를 꺼냈어요.

“어? 나 색종이 하나 더 챙겼네! 현서야, 혹시 필요해?”

현서의 입이 반달처럼 활짝 웃었어요.

“고마워, 유야! 진짜 천사야!”

나도 따라 웃었어요.



그리고 다시 말해요.

“방귀 소리에서 마음속 이야기가 들린다면 믿겠어요?

전 들려요. 그래서 더 많이 웃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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