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면, 마음은 뒤를 볼 때 더 자라나는지도 몰라요.”
아침 햇살이 교문 위를 비추면, 아이들은 빠르게 운동장을 가로질러 갔어요.
서로를 밀치며 앞으로, 앞으로 걸어갔죠.
그 아이만 빼고요.
나율이는 뒤로 걸었어요.
등을 교문 쪽으로 두고, 얼굴은 하늘과 친구들을 향한 채 천천히 걸었죠.
"나율아, 또 뒤로 걷는 거야?"
"그렇게 가다 넘어지면 어쩌려고 그래?"
친구들은 웃으며 말했지만, 나율이는 고개를 살짝 끄덕였어요.
“나는 앞을 보며 뒤로 가는 거예요.”
나율이의 걸음은 느렸어요.
그만큼 많은 걸 봤죠.
꽃잎이 벽 틈에 박혀 있던 날,
어제는 없던 작은 새 그림이 벽에 그려져 있던 날,
흙길 끝에서 고양이 한 마리가 잠들어 있던 날—
그 모든 것을, 나율이는 놓치지 않았어요.
그리고 나율이는
운동장 구석 벤치에 혼자 앉아 있는 민재를 자주 보았어요.
나율이는 민재 곁에 말없이 앉았어요.
"왜 여기 앉아?" 민재가 물었죠.
나율이는 잠시 생각하다가 조용히 말했어요.
“눈물이 반짝여서 보여서요.”
민재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다음 날엔 나율이 옆에 조금 더 가까이 앉아 있었어요.
그러던 어느 날,
도시 전체가 정전이 되었어요.
불도 꺼지고, 시계도 멈췄어요.
휴대폰도, 전자칠판도, 자동문도 멈췄어요.
아이들은 혼란스러웠어요.
선생님들도 허둥지둥했어요.
그 속에서,
나율이는 조용히 뒤로 걸었어요.
그의 눈에는, 쓰러진 새끼 고양이가 보였고
놀이터 한켠에서 길을 잃은 할머니가 보였어요.
나율이는 손을 내밀었어요.
"이쪽으로 가요."
"조금만 쉬어요."
아이들은 말했어요.
"쟤, 뭘 자꾸 봐? 아무것도 없잖아."
하지만 곧,
민재가 나율을 따라 뒤로 걷기 시작했어요.
“천천히 걷고, 돌아보니까... 내 마음이 나 따라오는 것 같아.”
다음 날, 선생님은 제안했어요.
“오늘 하루, 모두 뒤로 걸어볼까요?”
처음엔 웃음이 터졌지만
아이들은 곧, 그 길이 다르다는 걸 알게 되었어요.
운동장 옆에 핀 작은 민들레,
복도 창문 밖으로 지는 햇살,
친구의 어깨를 툭 건드리며 지나간 순간들—
앞만 보고 달릴 땐
보이지 않던 것들이
뒤로 걷자 또렷하게 보였어요.
그날 이후,
나율이는 여전히 혼자 뒤로 걷지만
가끔 민재가 따라오고,
또 가끔 다른 아이들도
잠시 멈춰 뒤를 돌아보다가
나율이의 걸음을 따라 걷곤 해요.
누구도 말하지 않아요.
누가 먼저 걷고, 누가 뒤에 있는지.
왜냐하면,
이제 모두가 알고 있거든요.
“어쩌면, 마음은 뒤를 볼 때 더 자라나는지도 몰라요.”
그리고 오늘 아침,
햇살이 교문 위를 비추자
아이들은 운동장을 지나 학교로 향했어요.
그중 한 아이는
조용히, 똑바로 앞을 보며
뒤로 걷고 있었어요.
그 아이의 눈에는
어제 흘렸던 눈물,
잃어버린 고양이,
그리고 자신이 지나온 길이 보였어요.
나율이는 웃었어요.
“나는 오늘도 뒤로 걸어요.
내가 지나온 것들이 나를 만들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