숙제 안 해도 되는 날

숙제! 또 숙제!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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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 또 숙제!

이번엔 받아쓰기 공책이다.
"하아… 나 진짜 이제 팔 떨어지겠어."

나는 숙제 공책을 펼쳐놓고 한숨을 푹푹 내쉬었어요.

“도윤아, 숙제 다 했어?”

“조금만 더 놀고 할게요!”

내일은 받아쓰기 시험이 있는 날.
열 개 문장을 공책에 세 번씩이나 써야 해요.
하지만 나는 아직 절반도 못 했어요.

알라딘의 지니처럼 누가 뿅 하고 나타나
나 대신 숙제 좀 해 줬으면 좋겠어요.



『도대체 숙제는 왜 하는 걸까?
수업하면 끝이지, 왜 집에서도 공부를 해야 해?
이 세상에서 숙제가 싹 사라지면 얼마나 좋을까…』

나는 하루하루 나를 괴롭히는 숙제가 정말 정말 싫어요.

만약 내가 대통령이 된다면, 제일 먼저
‘숙제 금지법’을 만들 거예요. 진짜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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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정말로 그런 일이 일어났어요.

텔레비전을 켠 순간, 뉴스 속 아나운서가 말했어요.


“긴급 속보! 오늘부터 ‘숙제 금지법’이 발효됩니다!
숙제를 내면… 선생님이 혼나요!
숙제를 하면… 어른들이 벌점을 받습니다!”


나는 꿈을 꾸는 줄 알았어요.
아얏! 볼을 꼬집었더니 아프잖아요.
진짜 꿈이 아니었어요!



다음 날, 선생님이 말씀하셨어요.

“얘들아~ 오늘부턴 숙제 없다~ 책가방도 가볍게~”

“우와아아아아!!” “진짜 진짜?! 대박!!”

“좋았어~!! 이게 학교지!”
“선생님 최고!!”

우리 반은 완전 축제 분위기였어요.
박수를 치고, 소리를 지르고, 운동장에서는
‘숙제 없는 날’을 축하하는 댄스 파티까지 열렸어요.

나는 팔짝팔짝 뛰며 외쳤어요.

“이제 매일매일이 토요일이다!!”



그날 이후, 우리는 놀 시간이 아주 많아졌어요.

놀이터, 운동장, 친구 집.
학교 끝나면 늘 신나게 놀았죠.

오늘은 보드게임을 하기로 한 날이에요.

“잠깐만… 도윤아! 이건 몇 더하기 몇이지?”

수빈이는 열 손가락으로 이리저리 계산했어요.

“그게 뭐야. 나 구구단도 다 잊어버렸어.
이젠 머릿속이 거의 만화책이야.”

민준이가 웃으며 말했어요.



그때, 이상한 기분이 들었어요.
신나게 놀고 있는데도,
마음 한구석이 텅 빈 느낌.

‘내가 요즘 뭔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뭔지 모르겠지만
되게 중요한 걸 잊고 있는 것 같았어요.



“야, 그건 우리 규칙이 아니잖아!”

게임을 하다 말고 세호에게 소리를 질렀어요.

그런데 세호가 말했어요.


“뭐? 너 숙제도 안 하잖아.
네 말은 이제 별로 신뢰 안 감.”


순간, 가슴이 철컥하고 내려앉았어요.
진짜 바위처럼, 뭔가 단단한 게 마음속에 쿵 하고 박힌 기분.

‘그래… 나 숙제도 안 하고 있었지.’

근데 그게 그렇게 나쁜 걸까?
왜 이렇게 마음이 복잡하지…




그날 밤, 나는 혼자 조용히 생각했어요.

‘하기 싫은 걸 억지로 하는 게 숙제라면,
내가 하고 싶은 걸 스스로 정하면 어떨까?’

그래서 나는 ‘나만의 숙제’를 만들기로 했어요.




“책 읽는 건 싫지 않으니까… 하루에 10쪽 읽기!”

“그리고 동생 숙제 봐주기도 숙제로 쳐야지!”

다음 날, 나는 친구들에게 말했어요.
“우리, 각자 자기만의 숙제를 만들어 보자!”

“난 강아지 산책 일기 쓸래!”
수빈이는 반짝이는 눈으로 말했어요.

“게임 시간 기록하기! 나 진짜 못 지켜…”

민준이는 쑥스러운 얼굴로 말했어요.

“우와, 이건 진짜 우리 숙제네!”




우리는 ‘내 숙제 자랑 대회’를 열었어요.
각자 만든 숙제를 발표하는 시간이었죠.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어요.


“숙제가 없어졌을 땐 진짜 신났어요.
근데… 어느 순간 나 자신도 같이 사라진 것 같았어요.
내가 뭘 좋아하는지도, 잘하는지도 잊고 있었던 거예요.
그래서 나만의 숙제를 만들었어요.
누가 시켜서가 아니라,
내가 나를 위해 정한 숙제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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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이후, 내 공책은 매일매일 조금씩 채워졌어요.

누가 시키지 않아도 지키고 싶은 약속.
그게 바로 나만의 특별한 숙제가 되었어요.


“숙제 안 해도 되는 날도 좋지만…
내가 만든 숙제는,
나를 조금 더 멋지게 만들어 줘요.”


나는 공책을 덮으며 조용히 웃었어요.
달님도 아마 내 모습을 보며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셨을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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