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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움큼의 동화
내 이름은 잠깐
by
휴운
May 22. 2025
『내 이름은 잠깐』
요즘 나는 내 이름이 뭔지 자꾸 잊어버려요.
왜냐고요?
모두가 나를 ‘잠깐만’이라고 부르거든요.
“잠깐만, 이것 좀 들어 줄래?”
“야, 잠깐! 너 오늘 청소 당번이야.”
“잠깐 이리 와 봐~”
진짜 내 이름은 도하예요.
근데 아무도 불러주지 않아요.
가끔은 진짜 내가 ‘잠깐’이라는 이름을 가진 애 같아요.
그래서 작전을 짰어요.
공책에도, 연필에도, 가방에도 크게 써 붙였어요.
‘내 이름은 도하예요!’
근데요…
애들은 그냥 웃기만 해요.
“야~ 너 이름이 그렇게 중요한가 봐?”
“그래도 넌 잠깐이 딱이야. 귀여우니까~”
으으으… 귀엽긴 뭐가 귀여워요.
난 진짜예요. 진짜 도하예요!
어느 날, 발표 시간에 선생님이 말했어요.
“어… 이 발표는… 저기… 누구였지? 잠깐만, 이름이… 그 친구 있잖아, 조용한 애…”
그 순간, 내 심장이 툭 꺼지는 줄 알았어요.
나는 정말 ‘잠깐’이고, ‘조용한 애’일 뿐인가?
그때였어요.
내 옆에 앉은 친구가 손을 들고 말했어요.
“선생님, 도하요. 도하가 발표할 차례예요.”
나는 그 말을 듣는 순간,
온몸에 색이 확 퍼지는 것 같았어요.
마치 투명에서 무지개가 되는 기분.
“고마워… 수연아.”
처음으로, 나도 누군가의 이름을 불러 봤어요.
그날 이후, 나는 친구들의 이름을 더 자주 부르기로 했어요.
“지훈아, 이거 도와줄까?”
“서윤아, 점심시간 같이 가자!”
“지호야, 너 웃을 때 너무 멋지다!”
놀랍게도,
친구들도 나를 ‘도하’라고 불러주기 시작했어요.
이제 나는 더 이상 ‘잠깐’이 아니에요.
나는 도하예요.
이름이란 건, 그냥 부르는 말이 아니라
누군가를 기억하는 방법이에요.
그리고 그걸 알게 된 나는,
이제 다른 사람의 이름도
소중하게 부르기로 했어요.
"내 이름을 기억해 줘서 고마워.
이제 나도, 너를 잊지 않을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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