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내가 좋아하는 결말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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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박수가 끝나고도 한 사람이 남아 있는 결말을 좋아한다. 무대 조명이 꺼졌는데, 무대 위에 누군가 그대로 앉아 있는 장면.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나가는데, 한 사람만 가만히 앉아 있는 장면. 그게 끝인가, 아닌가, 나도 헷갈리게 하는 결말을 좋아한다.


영화든 책이든 연극이든, 마지막 장면이 너무 매끈하면 마음이 갑자기 배신당한 느낌이 든다. 모든 게 제자리를 찾아가고, 사랑은 이루어지고, 문제는 해결되고, 사람들은 웃고 떠난다. 그런 결말을 볼 때면 어쩐지 나만 아직 제자리 못 찾은 것 같고, 나만 혼자 찬 바람 부는 복도에 남겨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열린 결말을 좋아한다. 열린 결말이라 쓰고, 남겨진 결말이라 읽는다. 뭔가 덜 닫힌 느낌. 덜 마무리된 장면. 그 틈새에 내가 들어갈 수 있으니까. 내가 상상하고, 보태고, 이어서 쓸 수 있으니까. 끝이라고 말하지 않는 결말, 끝났지만 아직 덜 끝난 이야기.


예를 들어, ‘그리고 그녀는 창밖을 오래 내다보았다’ 같은 문장으로 끝나는 이야기. 그 다음을 내가 쓸 수 있는 여지가 남는 문장. 그게 좋다.


세상은 그렇게 간단하게 끝나지 않아서, 나는 간단하게 끝나지 않는 결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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