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끔 엘리베이터에 올라탈 때, 내가 타기 직전에 이 공간을 스쳐간 무엇이 있었는지 알 수 있는 순간들이 있다. 그것은 알싸한 양파 냄새일 때도 있고, 누군가 야식으로 시켜 먹은 후라이드 치킨일 때도 있다.
이미 내 눈앞에서 사라져 보이지 않음에도, 냄새로 남겨진 그 존재감의 여운은 꽤 오래도록 공기 중에 머문다.
머피의 법칙처럼, 흰옷을 입은 날에는 어쩐지 꼭 카레나 짜장면처럼 강렬한 양념의 음식들을 먹게 된다.
그 강한 향신료의 흔적은 흰 셔츠 위에 숨길 수 없는 무늬로 남는다.
마치 하얀 벽에 찍힌 누군가의 검은 발자국처럼.
나만의 것에 유독 집착하던 시절이 있었다.
남들과는 다른 무엇, 나만의 감각, 나만의 이미지, 나만의 말투와 취향을 가져야 한다고 믿었다.
누군가 나를 떠올릴 때, 하나의 강렬한 캐릭터로 기억되기를 바랐다.
‘나만의 무엇’을 갖고 싶다는 그 마음은, 어쩌면 ‘남들과는 다르게 보이고 싶은 마음’의 다른 얼굴이었을 것이다.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그런 평범한 존재로 인식되고 싶지 않았으니까.
하얀 도화지 위에 그어진 노란 형광펜처럼, 도드라지고 눈에 띄는 사람이길 바랐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오히려 무색무취로 살아가고 싶다.
그저 색이 없는 상태로서의 무색이 아니라,
모든 빛과 색을 받아들이는 여백으로서의 무색.
나만의 향이나 빛이 주변을 불편하게 만들지 않는 사람.
나의 개성이 중심에 서기보다,
주변의 색과 빛을 포용해 함께 어우러질 수 있는 사람.
나는 그런 무색무취의 포용을 지닌 사람이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