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이터 한쪽에 빨간 우체통이 생겼다.
아무도 본 적 없던 우체통이었다.
게다가 그 우체통은… 거꾸로 엎어져 있었다.
"쓰레기통 아냐?"
"뭔가 이상하게 생겼어. 무서워…"
"아무튼 거기엔 가까이 가지 마!"
아이들은 그 우체통을 그냥 지나쳤다.
나는 다가가서 살짝 들여다봤다.
속이 텅 비어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 앞에 서면,
마음이 간질간질했다.
며칠째 말도 안 하고 나를 무시하는 윤서가 떠올랐다.
같이 책 만들자고 했던 그날 이후,
윤서는 내 옆에도 오지 않았다.
화가 났다. 그런데 슬펐다.
아니, 사실은… 그냥 다시 말하고 싶었다.
‘괜찮아, 우리 다시 이야기하자’고.
나는 집에 돌아와, 종이를 꺼냈다.
“윤서야.
나도 그날 말이 좀 심했어.
그냥 너랑 계속 같이 있고 싶었는데…
말이 그렇게 나왔어.
네가 아직도 내 친구면, 내일 웃어줘.”
나는 그 편지를 접어 들고,
다음 날 아침 일찍 거꾸로 우체통에 넣었다.
‘에이, 바보 같다. 이게 뭐 하는 거야…’
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그날 점심시간.
윤서가 내 앞에서 작게 웃었다.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나는 알 수 있었다.
전해졌다.
그날 이후,
나는 우체통에 마음을 넣기 시작했다.
엄마한테 미안하다는 말.
아빠한테 함께 놀고 싶다는 말.
윤서한테 생일 축하한다고 말 못 해 미안하다는 말.
하루, 이틀,
그 우체통엔 매일 다른 종이들이 들어갔다.
어느 날은 태호가 몰래 손 편지를 넣는 걸 봤다.
다음날 태호는 선생님한테 안 혼나고
도서관 정리를 맡았다.
“선생님, 책 좋아하시잖아요…”
태호가 처음으로 웃었다.
우리는 그 우체통을
마음 바꾸는 상자라고 불렀다.
아무에게도 말 못 하는 진심을 넣는 곳.
하지만 그날 아침,
우체통은 사라지고 없었다.
엎어진 자리에 조그만 메모 한 장이 있었다.
"이제는 너희가
직접 전할 수 있겠지?"
나는 윤서에게 다가갔다.
"윤서야… 생일 늦었지만,
엄청 축하해. 내가 만든 책 선물할게."
윤서는 말없이 나를 안았다.
이번엔 말 없이도 괜찮았다.
진심은,
가끔 거꾸로 전해져도
진짜로 전해지는 거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