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 은결아. 내일 보자!"
"그래... 내일 학교에서 봐."
교문 앞에서 친구들과 인사를 나누고, 나는 등을 돌려 타박타박 걷기 시작했다.
뒤에서는 여전히 친구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아마 후문 앞 분식집에서 컵볶이를 나눠 먹거나, 슬러시를 마시며 수다를 떨겠지.
나도 용기가 좀 더 있었더라면, ‘같이 가도 돼?’ 한마디쯤 꺼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먼저 누군가에게 다가가는 일은 아직도 쉽지 않다.
누군가 인사를 건네야 겨우 대답할 수 있는 정도니까.
나는 차은결. 이 동네로 이사 온 지 한 달하고도 보름.
아직 모든 것이 낯설다.
그나마 익숙해진 건 학교 가는 길과 집으로 돌아오는 길 정도.
새로 이사 온 집은 친구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와는 조금 떨어져 있어서
등하굣길에도 친구를 마주치는 일은 거의 없다.
그러던 어느 날, 등하굣길 중간쯤,
낡은 주택 한 채가 문득 눈에 들어왔다.
그 집은 뭔가 달랐다. 이상하리만큼, 현관문이 늘 반쯤 열려 있었던 것이다.
‘이 집엔 누가 살지? 문을 왜 늘 열어 두는 거지?’
가끔은 닫아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괜히 건드렸다가 안에서 누가 뛰쳐나와
“왜 남의 집 문을 건드리냐”고 소리칠까 봐, 차마 손을 대지는 못했다.
그저 그 집 앞을 지날 때면, 괜히 걸음이 조금 빨라졌다.
이상하고... 조금은 겁나는 집.
쏴아아—
일기예보엔 없던 소나기였다.
‘어떡하지? 우산도 없는데...’
집까지는 거리가 꽤 남았다.
머리 위로 가방을 이고, 비를 피해 주위를 둘러보던 내 눈에 그 집이 들어왔다.
언제나처럼 반쯤 열린 채, 조용히 비를 맞고 있었다.
‘잠깐만이라도 지붕 아래에 서 있어야겠다.’
나는 비를 뚫고 그 집 현관 앞으로 달려갔다.
머리는 푹 젖었고, 티셔츠는 축축하게 몸에 달라붙었다.
가방도 다 젖어버렸다.
그때,
“콜록, 콜록.”
그리고 작은 찻잔 부딪는 소리.
현관 틈 너머에서 작은 소리들이 들려왔다.
놀라서 뒤를 돌아보는데, 문 사이로 무언가가 조심스레 밀려 나왔다.
따뜻하고 보송한 수건 한 장.
‘...나에게 주는 건가?’
망설이다가 조심스레 손에 쥐었다.
금세 손끝으로 따스한 온기가 전해졌다.
"...고맙습니다..."
나도 모르게 작은 소리가 흘러나왔다.
그날 이후,
그 집은 나에게 이상한 집이 아니게 되었다.
길에서 주운 예쁜 꽃잎이나 조약돌,
달콤한 사탕 하나 같은 것들을
그 문 틈 사이로 몰래 넣어두기도 했다.
내가 넣을 땐 아무런 반응이 없었지만,
다음 날이면 어김없이 다른 작은 무언가가 그 자리에 놓여 있었다.
말 한마디 오가지 않았지만,
나는 누군가와 조용히 마음을 나누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늘 혼자처럼 느껴졌던 마음이
이제는 누군가와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으로 변해갔다.
그러던 어느 날,
학교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나는 주머니 속 하트 모양 돌멩이를 만지작거리며
그 집 앞에 다다랐다.
그리고, 멈춰 섰다.
문이 닫혀 있었다.
처음이었다.
그 집의 문이 완전히 닫힌 건.
‘무슨 일이 있는 걸까...’
나는 털썩, 문 앞에 앉았다.
집을 서성이며 한참을 바라보았다.
그 어떤 변화도 없었다. 단 하나, 문이 닫혀 있다는 것만 빼고.
다음 날 아침,
나는 평소보다 일찍 집을 나섰다.
멀리서부터 그 집이 보이기 시작하자
괜히 가슴이 두근거렸다.
‘오늘은 열려 있을지도 몰라.’
작은 기대를 안고 다가간 그 문은
여전히 닫혀 있었다.
실망에 고개를 푹 숙이던 그때,
노란 쪽지 하나가 현관 앞에 놓여 있는 게 보였다.
조심스럽게 펼쳤다.
“매일 나를 기다려줘서 고마웠어요.
문을 닫지만, 그 앞에 있던 너의 마음은 내 안에 있어요.”
나는 그날 집에 돌아와
내 방 문을 반쯤 열어 두었다.
그리고 그 앞에 조용히 섰다.
이제는, 누군가가 내 마음의 문턱을 넘을 수 있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