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좋아질지도 몰라서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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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우는 매일 같은 도시락을 싸 간다.
김, 계란, 김치.
딱 세 가지.

"또 그거야?"
친구들이 물어도 연우는 고개만 끄덕인다.



사실 그 도시락은 연우가 가장 좋아하는 것들이 담긴 도시락이다.
아니, 솔직히 말하면 ‘좋아해서’라기보다는
그냥 달라지지 않아서 좋다.

이사도 자주 했고, 친했던 친구도 어느 날 갑자기 전학을 갔다.
아끼던 강아지도, 늘 가던 빵집도 언젠가부터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연우는 점점 말수가 줄었다.
달라지지 않는 것만 가까이 두기로 했다.

김은 짜고, 계란은 부드럽고, 김치는 아삭아삭하다.
그건 늘 같다.
그래서 좋다. 




그날도 연우는 평소처럼 조심조심 도시락을 꺼냈다.
하지만 도시락 뚜껑을 열려는 순간—
“어? 도시락이 없네…?”

연우는 순간 멈칫했다.
책상 아래, 가방 속, 복도까지 뒤져 봤지만 보이지 않았다.
아무래도 아침에 집에 두고 온 모양이었다.

연우는 점심시간 내내 운동장 벤치에 앉아 있었다.
주머니 속 손이 괜히 불편하게 느껴졌다.
‘배고프다.’
하지만 그것보다 더 마음이 꺼끌거렸다.
오늘은 아무것도 같지 않았다. 




"너, 도시락 안 가져왔어?"

옆 반 주하가 연우 앞에 서 있었다.
연우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자 주하는 조심스럽게 말한다.
"나랑 나눠 먹을래? 반씩 나눠도 충분해." 

주하의 도시락에는 연우가 처음 보는 반찬이 많았다.
무슨 맛일지 상상도 가지 않았다.
하나는 매콤했고, 하나는 아삭했고, 하나는 뭔가 엄청 부드러웠다.
그 중 하나는, 처음엔 이상했는데 두 번 먹으니 맛있었다.

"나는 네 도시락이 부러웠어.
매일 똑같아서... 되게 든든해 보여."

연우는 놀랐다.
매일 똑같은 걸 부러워한 사람이 있다니.
그 말은, 매일 똑같은 자신도 누군가에게는
좋아 보일 수도 있다는 뜻일까? 




그날 밤, 연우는 엄마에게 말했다.
“내일 도시락엔 어제 먹은 그 이상한 반찬... 그거 넣어줘도 돼.”

엄마는 놀라면서도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 날 아침, 연우는 도시락통을 가방에 조심스레 넣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똑같아도 괜찮고,
달라져도 괜찮은 거라면—
언젠가 좋아질지도 몰라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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