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여름의 소리들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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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계절마다 조금씩 느껴지는 오감의 수치가 다른 것 같다. 내가 유난스러운 건지 모르겠지만 시각, 후각, 청각, 미각, 촉각의 카테고리 안에서도 세세하게 나뉘는 그 감각의 차이가 신기하기도 하다. 예를 들어 봄에는 시각적으로 명도와 채도가 높아지는 느낌, 겨울에는 촉각의 예민도가 상승하는 느낌. 계절별로 각각의 향기를 품고, 다른 맛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흥미로운 일이다.

하지만 나에게 있어, 여름은 대체로 모든 오감의 영역에서의 수치가 급상승하는 계절이다. 모든 것이 깊고, 짙고, 강하게 느껴지는 계절. 주변을 둘러싼 모든 것들이 강렬한 존재감을 뿜어내는 나날들. 보여지는 풍경들도, 들려오는 소리들도, 피부에 닿는 감촉도. 아무런 필터링 없이 와닿는 기분이 든다.

열린 창 밖으로 들려오는 아이들의 소리.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아파트 정원을 산책하는 아주머니들. 바로 귓가에서 울고 있는 듯 고막 깊숙히 박히는 매미 울음소리. 쉴 틈없이 돌아가는 에어컨 실외기 소리와 선풍기 바람소리. 예고없이 쏟아지는 소나기의 굵은 빗방울이 사정없이 창문을 두드리는 소리. 모두 거침없이 강렬하게 다가오는 여름의 소리들이다.

한바탕 비가 내린 뒤 놀라우리만큼 훌쩍 자라난 풀과 나무들처럼, 거침없이 최대한의 생명력을 뿜어내는 계절. 그래서 여름의 소리들은 모두 거침이 없다. 그 강렬한 소리들 속에서, 모든 풍경들이 더 깊어지고 짙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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