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1년전의 나는

by 휴운

*

어제의 나는 어떠했나, 고작 하루 전의 일도 가물한 요즘이다. 하루하루의 일상이 크게 달라지지 않아서일 수도 있고, 단순히 기억력의 감퇴로 인함일 수도 있겠다. 이럴때엔 기록으로 남겨진 것들을 들추어 볼 수 밖에. 인스타그램 스토리 기능에서 제공하는 n년전 오늘의 기록을 불러오는 것으로 작년의 흔적을 소환해 보았다.

1년 전의 나는 제주도 시내에 있는 한 LP 카페에 있었다. 짙고 푸른 벽지로 둘러싸인 카페에는 원목으로 된 책꽂이에 LP와 카세트 테이프로 가득 차 있는 곳이었다. 여행 중 혼자 조용히 음악을 들을 수 있는 곳을 검색하다가 발견하게 된 보석같은 공간이었다.

한여름에 방문했던지라 당시의 창 밖은 온통 초록이었지만, 통 창으로 계절감을 한눈에 느낄 수 있는 곳이었기에 벚꽃시즌에 방문해도 참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 때 골라 들었던 카세트 테잎의 모양, 앉았던 자리에서 보였던 시선. 그 공간의 분위기까지 모두 조금씩 선명하게 떠올랐다. 그 후로 1년이라는 시간동안, 수많은 장면들을 보고 많은 소리들을 듣고 사람들을 만나고 많은 일들을 겪었지만 이렇게 비교적 생생하게 떠올릴 수 있다니. 여행이라는 특수한 상황이었기에 가능한 일이기도 하겠다.


그리고 이어서 든 생각은, 이렇게 지난 기억을 생생하게 소환해낼 수 있게 만드는 힘은 어떻게든 어떤 모양으로든 기록하고 남겨둔 것들 덕분이었다는 것. 그리고 여행지에서의 그 순간을 더 특별하게 기억했듯이 비록 여행이 아닌 일상일지라도 마치 여행중인 것처럼 조금은 특별한 마음으로 기억해보자는 다짐. 매일을 여행처럼 만드는 것은, 특별한 사건이나 풍경이 아니라 내 마음의 투영이라는 것도.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여름의 나날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