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하지 않아도 알 수는 없어요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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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눈빛만 봐도 알 수 있잖아.


유명한 광고의 카피부터 유행가 가사까지. 거기에 이심전심이라는 사자성어까지 합세하여 서로에게 품고있는 생각은 굳이 말이나 글로 표현하지 않아도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해진다고 말하고 있다. 이 문장들과 사자성어를 되뇌이는 것만으로도 왠지 낭만이 차오르는 기분이다. 서로를 응시하는 그윽한 눈빛이 연상되면서. 하지만 서로를 둘러싼 그 그윽한 기류 사이에 오고가는 것은 분명하고 정확한 소통값일까. 아니면 내 나름대로 해석해버린 엄청난 오류의 가능성을 내포한 착각의 씨앗일까. 나 혼자서만 상대방의 마음을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다는 감상에 젖어 뿌듯해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인데.


사실 이렇게 '말하지 않아도 알아요' 트랜드의 바탕에는 왠지 스스로 내 감정을 말하고 표현하는 것은 무례하고 당돌한 것이라는 암묵적인 문화가 있다. 사극, 아니 몇십년 전의 드라마만 보아도 상대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나는 이러 이러하게 생각하고, 이렇게 하고 싶다.' 라고 분명히 이야기하는 모습을 찾기 어려우니 말이다. 어떻게든 빙빙 에둘러 전하는 마음, 거의 통역 수준으로 말과 글 속에 담긴 함의를 분석해야 하는 상황들. 그런 문화는 시간이 흐르며 조금씩 변하고, 달라져왔지만 실은 아직도 완전히 사라지지는 않은 채로 남아있다. 굳이 내가 스스로 불편한 마음을 꾹 참고 내 생각을 정확하게 말하지 않아도 상대가 척하면, 척하고 알아차려 주길 바라면서.


하지만 그런 소통 속에서 싹트는 것은 낭만이 아니라 오해와 불화일지도 모른다. 가끔은 내 자신도 내 마음을 잘 모르겠다고 느껴질 때가 있는데, 하물며 타인이 표현하지도 않은 내 마음과 생각을 정확하게 알아차린다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그것은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조차도 불가능 한 일이다.


말하지 않으면 알 수 없다. 심지어 나 자신조차도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머릿 속에, 마음 속에 있는 감정과 생각들은 소리내어 말하거나 글로 표현함으로써 더 분명하고 또렷해진다. 내가 지금 무엇을 생각하고 있는지,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하게 알고 싶다면 일단은 말해보자. 스스로에게든, 상대방에게든 말이다. 말하지 않아도 알아차릴 수 있다고, 알아차려 주리라는 기대하는 것은 미덕이 아니다. 내 마음 알아주지 못하는 상대방에게 오해, 불화, 불통을 탓하지 말고 서로가 서로에게 대화의 징검다리를 놓자.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는 것은 없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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