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언젠가를 위해, 지금을 적당히

by 휴운

*

비관론자도 아니고 염세주의자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딱히 낙관적인 성격도 미래지향적인 성격도 아닌 것 같은 나.

생의 모토를 '평균 지향'으로 삼으며 살아가고 있어서일까. 예상치 못한 행운이 찾아올때면 기뻐하긴 하지만 들뜨거나 그것이 지속되길 기대하지는 않는다. 늘 삶은 플러스 마이너스 제로썸 게임이라 생각하기에 오히려 곧 이만큼의 마이너스를 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반사적으로 떠올린다.


그래서일까. 알 수 없는 미래, 언젠가를 위해 지금 부터 차근히 무언가를 준비하고 대비해야 한다는 인식은 있지만 엄청 의욕적이지는 않은 것 같다. 노후를 위해 대비를 하고, 경제적으로나 사회적으로나 육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다부지게 차근 차근 조사하고 준비하며 먼 훗날의 언젠가를 바라보며 나아가는 내 또래의 사람들을 볼 때면 나는 아직도 나이만 먹은 철 없는 어른인 것만 같은 생각이 들어 시무룩 해 진다.


아마 나는 대부분의 '언젠가를 위한 준비' 과정들은 필연적으로 지금 현재의 안락과 자유를 담보로 하는 것이라는 생각을 하고 있었나보다. 당장의 결과나 눈에 띄는 성과를 볼 수 없으니 어떤 면에서는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도 자연스러운 일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런 미래를 위한 노력과 준비는 마치 거창하고 거룩한 프로젝트같아야 한다고 맘대로 단정짓고 있었을지도.


하지만 다시 곰곰 생각해보니, 굳이 그래야 할 필요도 그래야 한다는 법도 없는 것이었다.

언젠가를 위해 능력과 경험치를 쌓고, 경제적인 대비를 하고, 어떤 기회가 찾아와도 놓치지 않도록 모든 방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나를 몰아세우는 것만이 미래를 위한 준비와 대비는 아닐 수 있다.


특별하게 좋거나 나쁜 일 없이 소소하게 불행하고 소소하게 행복하며 하루를 적당히 살아내는 것. 에너지가 마구 샘솟아 활기가 넘치지는 않아도 조금조금 아픈것은 적당히 이겨내고 대체적으로 건강하게 그럭저럭 괜찮았다, 싶은 하루를 만드는 것. 어차피 인생은 장거리 레이스이니 너무 스퍼트를 올려 달리기보다는 허허실실 권법으로 슬렁슬렁 걸어가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 해 본다. 아, 너무 아름다운 자기 합리화인가. 아무렴 뭐 어때.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좋아하는 데에는 이유가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