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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슨 꽃을 제일 좋아하세요?'
라는 질문을 받을 때마다 깊이 고민하지 않고 대답하고는 했다.
오히려 지식의 인프라가 넓지 않았던 어린 시절에는 아마 대답의 반응속도가 더 빨랐던 것 같은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도 나의 대답은 거의 한결같이 '코스모스'였다.
왜, 라고 물어본다면 글쎄. 정말이지 이유가 없다. 특별한 계기랄 것도 없었고 그냥 코스모스만 보면 나도 모르게 '우와 - ' 하며 달려가고는 했으니까. 아빠차를 타고 어느 한적한 국도를 달리다가도 코스모스가 한무데기로 피어 흔들리는 장면을 만나게 되면 코스모스가 시야에서 사라질 때까지 한참 애틋하게 바라보고는 했다.
실은 발음도 어려운 이름을 가진 꽃들을 정갈하게 다듬고 신중하게 고르고 골라 만든 꽃다발보다는 그냥 길을 걷다 마주치는 들꽃들에 더 마음이 간다. 그 중에서도 그나마 내가 아는 꽃의 종류는 몇 되지 않았고, 그런 나에게 가장 익숙하면서도 어느 알 수 없는 포인트에서 내 마음을 사로잡은 꽃이 바로 코스모스가 아니었을까 - 라는 것은 실은 꾸역꾸역 만들어낸 논리적인 이유이고. 그냥, 이라고 밖에는 달리 특별한 이유가 없는걸.
그래서 매년 해를 거듭할수록 더 작고 소중해지는 가을을 애틋한 마음으로 기다리게 된다. 언제 어디서든 금방이라도 바람에 휙 꺾여 땅에 닿을 듯이 휘청이는 코스모스를 마주치면 나도 모르게 발걸음이 멈춘다. 내가 너 기다렸잖아, 하고. 내가 너 좋아하거든- 일방적인 고백과 함께.
그리고 며칠 전 주말, 답답한 마음을 어떻게든 비워내보려 찾은 서낙동강 강변의 팜파스 그라스 군락지에서 올해 가을(이라기엔 아직 너무 덥지만) 코스모스를 만났다. 아직 덜 핀 꽃봉오리들이 가득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 가슴이 두근거렸다. 점점 더 알록달록 피어날 그 장면을 상상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