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하루 한 글

유행을 따른다는 것

by 휴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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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행은 늘 빠르다.
어제까지만 해도 몰랐던 브랜드가 오늘은 교복처럼 거리마다 깔린다. 다들 같은 모자를 쓰고, 같은 카페를 찾아간다.


처음엔 조금 우습다. 왜 저렇게까지 따라갈까 싶다가도, 곧 나도 궁금한 마음에 검색창에 손가락을 올린다. 다들 알고 있는 걸 나만 모르면 괜히 뒤처진 것 같으니까. 유행은 설명보다 분위기다. 괜히 끌려 들어가는.

하지만 막상 사고 나면, 금세 시들해진다. 새로 산 옷은 옷장에 걸려 있고, 그 모자는 머리보다 가방에 오래 매달려 있다. 남는 건 ‘나도 그때 거기에 있었지’ 하는 흔적 하나뿐이다.


그렇다고 후회만 하는 것도 아니다. 누군가는 유행을 따라가다 자기 취향을 찾기도 하고, 또 다른 누군가는 그냥 그 순간에 동참하는 걸로 충분하다. 중요한 건 오래 두고 봐도 좋을 무언가가 내 안에 하나쯤은 남아 있느냐는 거다.


유행은 결국 흘러가는 바람같다. 그때마다 나는 묻는다. 이번엔 바람을 타고 싶을까, 그냥 바라보고만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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